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에 관한 방송 기사 모음

증언대의 앵무새 최 세 훈 저

최철미 2014. 5. 4. 12:51

증언대의 앵무새
최세훈 저

오랫동안〈여상〉지에 연재해서, 절찬을 받았던─《증언대의 앵무새》는 아나운서로서 오랜 경력을 쌓은바 있는 최 세훈 씨에 의해 햇빛을 본 것이다.

넌-픽션이나 에세이, 또는 장, 단편 소설이 출판계의 판도를 주름잡고 있는 요즈음, 하나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는 이《증언대의 앵무새》는 종래의 것과는 아주 다른 의미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 40년 야화를 수록한 이 책은, 방송사에 이렇다 할 정사가 없었던 이 땅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것이기도 하다. 13년 동안 방송에 종사한 MBC의 최세훈 아나운서는, 그 특유의 운문적 표현으로 지루함 없이 40년의 방송계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이끌어나가고 있다. 일제시대의 방송계 이야기부터 시작되는 이 방송사는 갖가지의 실수담을 펼치고 있다.

(…경음악을 소개하면서 리듬에 취해 스텝을 밟던 서 명석 아나운서는 바뀐 레코드의 곡명을 잊어버렸다. 창밖 진행원 손가락 신호는 계속 속사되어가고… 궁여지책으로「지금 보내드릴 곡은 손가락질하는 사나이입니다」…)

(…일본군의〈홍콩함락축하강연〉을 강제 배당받은, 매일신보 서춘 주필은 미리 대취해서 마이크 앞에 섰다. 「황군은…승승장구…향항을…함락 시켰습니다」하는 혀 꼬부라진 강연도중에 돌연「그래서…그래서 어쨌다는거냐, 이 자식들앗!」하고는, 마치 진주만의 군함들처럼 마이크 탁자 밑으로 침몰하면서 코를 골았다….)

주로 아나운서들의 실언으로 꾸며진 이 책 속에는 아나운서의 실수담뿐만 아니라, 방송계에 헌신했던 사람들의 생활사가 담겨있기도 하다.


동화출판사/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