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p.2 -말은 이미 끝났습니다. 순백의 가슴둘레 불꽃으로 피운 눈물 바람에도 휘지 않는 노을 빛 사랑 당신은 내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죽어서도 무덤 없는 고독의 불꽃 소리도 안 들리는 곳에서 승천을 꿈꾸며 태워온 갈망 당신을 위해 준비된 나에게 말은 이미 소용이 없습니다. -이해인의 촛..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3 오라범. 나는 무엇이고 무엇이어야만 하는지…. 내가 여태까지 껴안고 달려왔던 건 타인의 시선, 타인의 빈껍데기, 타인의 책임 없는 몇 마디 평가… 그런 허접스러운 것들. 인생은 매순간 느끼고, 반응하고, 기뻐하고, 성내고, 잘 울면서 아직 해답을 풀지 못한 수학문제 같아. 현실마저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4 -만년필이 닳는 한이 있더라도 누군가 나타나주질 않으면 애써 울지 않을 거야. 그리움이라면 차라리 내가 미워져. 어쩜 그리도 나는 외로워하는지… 홀가분히 웃어준다면 눈물이 가득 고일 정도야. 사랑하고프다. 꼭 껴안고 히히덕거릴 수 있는 젊음이 있으면 사랑할 수 있고프다. 후─...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5 - 어느 틈엔지 나는 혼자 괴로워해. 무엇이 축복이었는지…. - 시간이 이대로 멈추지 않으면 이 밤의 하늘마저 무너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야. 관념에서 여태 생소했던 무한한 기대감이 엄습하면서 한없이 짓밟아.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억압 속에서 점점 초조해져만 가고 있어. 그 두려움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6 - 나 오늘 이대로 지새운다면 그대 모습 하얗게 비춰질까요. 멀리서 가득히 고인 두 눈에 스쳐가는 별들이 안타까워요. - 오 그대 어두운 별리는 싫어 우리사랑 꿈처럼 잊혀져가요. 향긋한 달 바람 불어오면 어둠속을 무작정 걸어볼까요. - 그리움 은근히 찾아들 때면 그대 삶의 창가를 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7 -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버리고, 난 그네들이 흔해빠져 물들어버린 길거리에서 또 하나의 흔한 얼굴로 주저앉아버린다. - 그날 고향의 하늘은 정녕 푸르렀습니다. -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면 오랫동안 쌓여왔던 분노와 고통, 세상의 온갖 치기와 모순, 일시적의 증오와 혼란… 모든 것이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8 - 왠지 그 옛날 때 묻은 소설을 읽다가 엎드려 울던 때가 그리워진다. 자정이 넘기를 기다렸다가 겨우 만년필을 들고 골똘하던 갓 넘은 십대가 그리워진다. 딴에는 첫사랑이라 울고, 웃다가, 성내고, 기뻐하고, 또 토라지고…. 오로지 동경과 애틋함이 파란 잉크 속에 여려졌다. 잊었다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9 - 그 넘치는 강물 하이얀 재 뿌리며 여민 가슴에 울고픕니다. 얽히고 얽힌 동경으로 헤아림에 울고픕니다. 머얼리 떠나와 어두운 별리가 싫어 다하지 못한 몸부림에 울고픕니다. 현란의 머언 길 방랑처럼 고향을 향한 애틋함에 울고픕니다. 그때 우수에 젖어 고인 눈으로 다시 한 번 흐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
낙서장-p.10 - 형. 왠지 지금 만년필을 들면 건방져질 것 같아. 모르는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아무렇게나 얘기하고 싶어. 그네들 온통 치기가 어린 현실, 그 마지막 종점, 그리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이상을. 또 하날 입에 물면서…. 나는 자주 어울려 한껏 즐기고, 마시고, 그럭저럭 호젓이 앉아 세상..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201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