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낙서장-p.5

최철미 2014. 6. 22. 07:23

- 어느 틈엔지 나는 혼자 괴로워해. 무엇이 축복이었는지….

- 시간이 이대로 멈추지 않으면 이 밤의 하늘마저 무너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야. 관념에서 여태 생소했던 무한한 기대감이 엄습하면서 한없이 짓밟아.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억압 속에서 점점 초조해져만 가고 있어. 그 두려움에 간간이 훌쩍일 뿐이고…. 오, 하늘이시여. 너무, 나는 너무 울어, 잠 못 이루는 밤엔.

- 마구 파헤쳐진 모습이 싫어. 흔한 길가에 우뚝 선 저 가로등처럼 스치는 사람들마다 무심히 기대거나, 걷어차거나, 혹은 모르는 체 지나버려. 눈물이 마르면 한심해. 그러다가 지쳐버리면 그만이야. 몸이 나른해져, 누구라도 옆에 있어주질 않으면 혼자 힘겨워. 이리저리 종점에서 종점으로 방황할 뿐이야.

- 마음의 벽이 우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야. 나는 너무도 쉽게 좌절하고 지쳐버려. 너무 외로와요, 외로와요. 아무도 내 곁에 없어요.

- 눈빛 하얀 대지 위에서 호젓이 세상을 바라보고파. 소복이 쌓여 여린 마음을 한껏 적셨던 고향길이 마냥 걷고파.

- 나의 축복받지 못한 영혼은 찌들어 간다.

- 그리워서, 그리우다 못해 지쳐 쓰러져 울어버린 눈물들이 초라해. 도무지 무엇을 추구하면서 이토록 방황을 했는지….

- 나의 조그마니 남겨진 사랑은 한참동안 길거리에서 떠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불티로 사그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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