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이의 일기 (1983년 12월 21일 - 1984년 2월 28일) 동생 윤경이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5년이 넘었다...... 얼마 전, 윤경이를 기억하는 윤경이의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어린 시절의 친구 지윤이와 경숙이...... 모두 다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다. 윤경이의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서 윤경이의 일기를 이 곳에 올린다..... 여중 1학년 겨..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1 (12/21) 50여 일간의 방학이 이제부터 시작된다. 하루하루 지겹게 손꼽아 기다렸건만 막상 방학을 시작하니, 뭔지 모르게 두렵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차고 보람 있는 방학을 보내리라” 매년 하는 다짐이지만 이 넓은 세상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 많은 시일..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2 12/22 하루 종일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전화벨소리가 울릴 때 마다 얼른 뛰어가서 받았지만, 매번 실망을 했다. 초조했다. 분명히 오늘은 속리산에 가자고 했는데…. 눈발이 날리더라도 전화 한 통쯤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어제 못 만난 것이 후회스럽다. 그는 “후회할 일은 하지 말라”..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3 12/23 시내에서 옷을 사고〈시인과 나〉〈못다 핀 꽃 한 송이〉두 곡의 파퓰러 악보를 샀다. 피아노를 오래간만에 쳐보니 소리가 제대로 나질 않아서 오빠가 벤치를 들고 퉁탕거렸지만, 조율을 해야만 했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가 내게 말했다. “아직은 온실의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4 12/24 Christmas eve 날. 예년보다 더 쓸쓸함이 깃든다. 별로 기쁘지도 않고…. 마음 한 구석 어딘가 허전하다. 지루함에 못 견뎌 피아노를 쳤다.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 놓고/ 이는 바람 속에 남겨놓고/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 새는 한 잎/ 달빛..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5 12/25 14년째 맞는 크리스마스. 결코 즐겁지가 않았다. 아빠와의 트러블은 잡음과 혐오감만을 남기고…. 언니의 째질 듯 한 그 잔소리. 오빠의 그 불평소리. 또, 나의 한숨소리. 서로 조화를 이뤄가며 하루를 지루하게 넘겨야만 했다. 아 슬픈 크리스마스였다. 낭만과 웃음은 한낱 환상에 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6 12/26 다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휴양 차 전주로 내려왔다. 기분상한 일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니까 어제까지의 모든 괴로움을 잊을 수가 있었다. 기분도 한결 새로워지고. 선화의 집에서 짐을 풀었다. 좀 썰렁하지만 그런대로 오늘 저녁은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7 12.27 반창회 날. 여름날보다 더 재미없는 반창회였다. 한나절을 한숨만 푹푹-땅이 꺼져라 쉬어가며 그런대로 보내야만 했다. 남자애들이 밖으로 몰려 나가버리자 그의 생각이 절실히 났다. 언제나 친절하고 아껴주던 그 장난기 띤 웃음이…. 그가 만들어준 사탕 꽃다발을 만지작거리며,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8 12/28 선화와 약속장소에 나갔다. 아무도 눈에 뜨이질 않았다. 10시가 조금 넘어서야 하나 둘 나타났다. 처음엔 왠지 모르게 서먹서먹했다. 서로 합의를 본 다음. 공원으로 향했다.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연못도 꽁꽁 얼어붙어 듬직한(?) 체구의 소유자인 성근이 뛰어내려도 아무렇지도 않..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29 12.29 오늘도 S와 K를 만났다. 아침 일찍 K의 집으로 향했다. 징그러운 대화에서부터 시시콜콜한 대화에 이르기까지 무슨 얘기이고 재미있었다. 점심은 라면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한 이불을 넷이서 덮고 앉아 깔깔거리며 웃었다. 성근은 내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얘기를 쭉 들려주..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