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12.30 12/30 드디어 전주를 떠나는 날. 그들을 만나 탁구장으로 갔다. 시간이 갈수록 슬퍼지기 시작했다. 한아름 음식백화점으로 가서 통만두를 먹었다. DJ에게 Bonny Tyler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를 신청했다. 호소력이 짙은 가슴에 무언가 와 닿는 노래다. 그 노래를 들으면서 눈을 반쯤 감고 있..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3.12.31. 12/31 1983년의 마지막 달. 그리고 마지막 날. 마음 한 구석 어딘가 허전하고, 착잡하다. 이제 몇 시간만 있으면…. 한 일도 별로 없는데 365일이 내 앞에서 스쳐지나가 버렸다. 지금의 내 심정을 말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글쎄, 내가 가진 어휘로는 다 얘기할 수 없다. 저물어 가는 83년의 모..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1. - 윤경이의 판타지 소설 84년 1월 1일 <제 1부> 1914년 6월 28일. 일발의 총성이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일어났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프란시스 페르디난도 일행이 국민의 환호를 받으며 서행하고 있을 때, 한 사람의 청년이 군중 속에서 뛰어나와 피스톨을 발사했다. 첫 번째 탄환은 황태자비의 복부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2. - 판타지 그로부터 사흘 뒤. 그레이트 야아머드 백작의 장례식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실눈 같은 이슬비가 가늘게, 소리 없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하늘도 무참히 죽어간 영혼을 눈물로 위로해주려는 듯. 그도 그럴 것이 비는 장례식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층 더 울적하게 해준다. (도대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3. (1984년이 된지도 3일째.) 하루 종일 TV 앞에 쭈그리고 앉아 시간을 허비했다. 한해는 그 첫날부터가 중요하다는데…. 나는 올해 내내 Television monitor 나 하면서 젊음을 낭비하는 것일까. 한 잎의 낙엽도 떨어져 내리면서 우주의 가장 큰 법칙 하나를 채우듯 나도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아주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3. - 판타지의 계속 (무엇 때문에 아버님을 죽여야만 했을까.) 아까부터 그의 머릿속엔 똑같은 의문이 떠나질 않고 있다. (예기치 않던 아버님의 죽음. 그것이 나와 어머니에게 끼칠 영향은 얼마나 클 것인가.) 어느새, 그의 허무적으로 어두워진 푸른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자인 것을 알리는 없었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4. 1.4.. 3일간의 휴가도 끝나버렸다. 오늘부턴 공부하라는 아우성들. 하는 수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기는 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직 S. 책을 펴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어느새, Y로 변해있다. 오, 망칙하다. 순간이더라도…. “난 오빠가 좋아. 오빠가 나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5. - 판타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할 때면 잠자리에 들 무렵이나, 혼자 길거리를 걸을 때, 특히 일기를 쓸 때에는 정말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약 이렇게 초라한 최 윤경이 아니고, 영국 귀족의 혈통이라면. 이름은 마리아. 나이는 15살 그리고 모델 겸 영화배우. 세계 각지의 신문에 이렇게..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6. 1.6. 오늘도 동창 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를 맞이했지. 결국 나의 생애는 “미미한 행동들의 연속”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그만 일어나 앉아 있어도 피로에 짓눌린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권태로운 생활 속에 늙어간다는 걸 실감 할 수 있는 것 같다.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7 1.7.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죽임을 당해도 살아나겠다.”고 생각해오던 나였습니다. 자살 같은 건 절대로 하지 않을 인간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인간의 확신이란 것은 이토록 허무한 것일까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쁨 바로 옆에는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