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3. - 판타지의 계속

최철미 2014. 6. 15. 13:48


(무엇 때문에 아버님을 죽여야만 했을까.) 아까부터 그의 머릿속엔 똑같은 의문이 떠나질 않고 있다.
(예기치 않던 아버님의 죽음. 그것이 나와 어머니에게 끼칠 영향은 얼마나 클 것인가.) 어느새, 그의 허무적으로 어두워진 푸른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자인 것을 알리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버님은 날 못 마땅히 여기는 눈치였다. 위풍당당하고 기품이 있는 아버님에게는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한 체구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두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마저 백작은 친절하지 못했다. 모진학대로 짓이긴 어머니를 보면 크리스틴은 백작을 죽여 버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크리스틴과 마리아는 멸시와 천대 속에서도 두고 보라는 일념하나로 여태까지 지탱해왔던 것이었다.
(증오와 저주의 대상이었지만, 그래도 날 존재하게 한 아버지이다.) 이런 생각이 그의 굳센 결심을 흐려놓았다. 무의식중에 그는 저택에 와 닿아 있었다.

'가족들의 글모음 > 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4.1.2. - 판타지   (0) 2014.06.15
1984.1.3.  (0) 2014.06.15
1984.1.4.  (0) 2014.06.15
1984.1.5. - 판타지   (0) 2014.06.15
1984.1.6.  (0)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