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1.6.

최철미 2014. 6. 15. 13:42

1.6.
오늘도 동창 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를 맞이했지. 결국 나의 생애는 “미미한 행동들의 연속”에 불과하지 않을까? 조그만 일어나 앉아 있어도 피로에 짓눌린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진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권태로운 생활 속에 늙어간다는 걸 실감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또 다시 뒹굴뒹굴…. 무거운 이불 속에서 헤엄(?)을 치는 나. 멍하니 창문 너머 우중충한 잿빛하늘을 바라보면서, 나라는 어느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아닐까? 더군다나 비참한 운명을 지니고 채어나지 않았던가. 단지 누구에게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나, 나는 누구인가. 이기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남자의〈관심의 대상〉. 여자의〈질투의 대상〉. 흐흐흐. 주제파악을 하자. 나란 인간은 정신착란증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치광이가 아닐까? 그래, 단 한 가지 확실한건 난 PLAY GIRL. 엄마의 더러운 핏줄, 아빠의 비겁한 핏줄. 후-. 한 남자로는 만족을 못하는…. 억제해보자. 건전한 생각과 행동을 하자. 15세 소녀다운 청순함과 귀여움을 가지도록 노력하자꾸나. Y와 S도 거리감을 두자. Y는 그저 언니의 남자친구로, S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생각하자. 그러면 난 너무 외로워지는 구나. 노래도 참자. 겨우 15살이다. 남자들과 이성 관계를 가지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아, 모르겠다. 복잡하다. 이 세상은. 다시 어려지고 싶다. 이 세상을 다 알아버리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알 건 다 알아버렸으니…. 어린이. 그들은 천진난만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 순수한 마음을 지닌 부러운 상대. 영원히 더 자라지 않았으면, 그러나 한 치도 자연의 법칙에서 어긋나선 안 돼. 마음만은 언제나 푸르게…. 하느님 그들에게 영원한 축복을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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