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시 아버지의 詩 무명 시인이셨던 내 아버지 아버지의 시는 항상 외로왔다 고독으로 한을 푸는 아버지의 시. 당신의 딸도 시인이 되었다는 이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을까 아니면 대를 잇는 업보에 서러워하셨을까. 아버지, 여기 제 시를 아버지께 드립니다 이제 편히 눈을 감으세요. 아버지의 ..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동굴 洞窟 山이 아직 바다 밑이었을 때 네 안에 살았다. 알몸을 풀숲에 부비다, 비바람에 抵抗하던 짙은 密度, 空間. 壁을 그린 막대기로 짐승을 익혀 먹던 時間부터 네게로 回歸하는 지금은 橢圓軌道 來日은 너에게 하루 더 가까운 슬프나 그리운 還元 - 자유문학 1962년 6월호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코스모스 단장 코스모스 斷章 하늘과 땅이 나누이는 그날부터 호올로 움이 텃었다 티그리스, 유프라데스, 黃河, 오오랜 가람ㅅ 가에서 피어나기 비롯했기에 本流, 支流, 細流로 가지가지 뻗었다. 머언 먼 아득한 날부터 묻혀 내려온 수없는 주검들을 빨아 올려서 여덟 잎 형우리 잡힌 原始의 입술이여 ..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조춘 早春 木瓜 먹은 입 속살처럼 미낀덩한 입술. 烏鵲花 간지르는 휘파람 소리 아직은 헛도는 겨울 혓바닥 내미는 窓 틈으로 몸을 푼 巫女의 시린 이빨 - 서울 신문 1966년 2월 26일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낙과 落果 해와 바람은 繼母였다. 꽃 지고 부푼 입술, 地心을 빨아올린 內容. 乳源은 어디쯤일까? 탱탱히 勃起하는 그리움 뛰어들고 싶은 나의 乳源. 몸부림 몸부림 引力을 부여잡은 손 비로소 황홀한 萬有의 살닿음. 뼈가 시리다. 지금 나의 分解...... 地表로 이제는 빨려드는 形式 꽃물을 分泌..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분수 噴水 한 마리의 龍이 되기 위하여 하늘을 가르며 무섭게 치닫지만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물방울의 떼죽음...... 모두 제저끔의 높이와 제저끔의 길이가 있는 것을 줄기차게 치솟아 맥없이 스러지는 눈 먼 외길 되풀이...... 때로 햇빛 보듬어 무지개를 피우고 때로 色燈 머금고 꽃보라로 휘..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종도 종도.wav 終禱 나즉히 부르셔서 열게하여 주십시오 오오래 닫혀진 희고 슬픈 귀 흙담 돌무더기 산산히 흩어진 인제는 모두 다 돌아 나간 뒤안길서 땅에 얼굴 부비며 목메어 비는 것은 진흙처럼 지친 숨 고이 모두게 할 비둘기 울음같은 당신의 목소리...... 인제는 먼 머언 마지막 가락 당신..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수련 睡蓮 물에 살면서 항시 물에서 발돋움하는 뜻. 가없는 그리움은 沈澱하여 물에 가려도 거기 뿌리박고 숨쉬는 짙푸른 눈. 하기에 비바람이 일어도 너는 끝내 물면 위에 흩어지지 않는 고요. 손짓...... 솟구쳐올라 피나도록 부벼댈 넓은 이마 가진 그리운 이의 손짓과 아침이 함께 펼쳐져오..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5월 5月 비바람이 아니라도 나무는 빛나는 純粹를 떨군다. 城을 무너뜨리고 꽃술로 배부른 땅 위에서 四季까지 발돋움해도 하늘은 먼 젖구름, 잎새들은 지금 姙婦의 푸른 입술, 겨드랑일 간지르며 눈부시게 보듬는 짧고 굵은 손은 여름의 前戱...... - 방송 문화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
헌국사 獻菊詞 아주 素服을 하십시오. 인제는 당신이 소롯이 피어 살던 山도 들도 모두 없습니다. ............................................ 휘덮을 잔디 한 줌 없었던. 수 없이 갓난 이름 모를 무덤들 거기 墓本으로 자리잡아 서십시오 흙덩이 함께 바스라진 그들의 꿈이 환히 트여오는 아침같은 내음새.. 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201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