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 최세훈 시인의 시모음

수련

최철미 2013. 12. 4. 11:13

睡蓮

 

물에 살면서

항시 물에서

발돋움하는 뜻.

 

가없는 그리움은

沈澱하여 물에 가려도 거기

뿌리박고 숨쉬는 짙푸른 눈.

 

하기에

비바람이 일어도 너는 끝내

물면 위에 흩어지지 않는 고요.

 

손짓......

 

솟구쳐올라

피나도록 부벼댈

넓은 이마 가진

 

그리운 이의 손짓과 아침이

함께 펼쳐져오는 그날을 위해

太陽을 헤이다 물면 위에 잠드는 얼.

 

 

 

- 자유문학 1962년도 3월호 (자유문학 제5회 신인작품 당선작)



전봉건 시인의 심사평 - 물론 선자의 욕심엔 한이 없다.  그런 눈으로 따져 본다면 여기저지 흠이 들어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작품은 '언어의 예술로서의 시' 일수 있는 선이 어디쯤에 있는 것인가를 가장 명확하게 짐작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가장 잘 결정된 작품이었다.  흔히, 풍월의 시의 소재이기만 하던 수련을 가지고 이만큼 지적인 운동을 보여주는데 신진으로서 응당 지녀야 할 이 작가의 새로운 구도도 엿보이는 것 같다.


1962년 3월 4일 자 주간 방송에 나온 심사평 - 언어에 대한 우아성과 예민한 감수성을 나타내고 있어 자연물에 대한 새로운 태도가 두드러지게 눈에 뜨인다.

소감 - 기쁘다기에 앞서 어떤 두려움이 앞섭니다. 


당선 소감 - 겸허한 자세로

단 한번의 마지막 결투까지 참았습니다.  어설픈 검객보다는 위대한 검호가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자아류는 반드시 위태할 숙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도장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은 열렸습니다.  지금 저는 주시하는 눈동자들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신입생입니다.  기본 동작부터 가르쳐 주십시오.  성실하게 수련하겠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체온을 손에 담아 주십시오.  그것만을 겸허한 자세로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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