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1.27 (1.27) -무제- 에델바이스! 어둠이 지리멸렬하여 밝음이 찾아오기 전에 희미한 조명이 자욱한 내 사는 골방으로…. 에델바이스! 비록 비좁아 웅크리는 공간. 쾨쾨한 냄새는 싱싱했던 화병에 소멸을 담았지만 그 안… 병든 안색으로 시들은 갈대 하나. 실낱같은 숨소리로 찬바람에 쫓기고 있..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28 1.28 불행이야말로 인간의 최대의 스승이라고 난 생각한다. 돈과 사람의 가치를 가르쳐 주는 것이 불행이다. 역경에 있으면서 타락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써 충분히 위대하다. 불행을 불행으로써 끝을 맺는 사람은 지혜 없는 사람이다. 불행 앞에 우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하나의 출발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29 -10월의 여운들, 그 이미지가.- 가을 들쥐 떼처럼 잔뜩 굴러다니는 낙엽을 뒤로하고, 마음 한 곳 어딘가 쓸쓸함이 남아있는. 하나, 하나…. 머물지 못한 그 여운들이. 한낱 회상에 지나지 않는. 이제 흐릿한 별의 이미지가 뒤척임을 주면. 다시금 찾아올 수 없는 순간이 지나가는. 그러나, 여..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1.30 (1/30) 1984년이 된지도 꼭 한 달째로 접어든다. 1월이라는 한 달이 〈또〉내 앞에서 스쳐지나가 버렸다. 이런 권태로움과 허무함 속에서 인간이 늙어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것일까?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시 돌이켜본다. 뒤돌아봤자 혐오감과 환멸만을 느낀다. 정말 그런 것들 빼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 (2/1) “내가 커서 무엇이 될까?” 어느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각자의 꿈과 이상이 인생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럼, 난 과연 무엇이 될까? 2월의 첫 번째 밤에 생각해본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희망은 다양했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다 그렇듯 간호원이 되길 바랬다. 소아..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2. 2.2 어젯밤에 늦게까지 TV를 보는 바람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잠자리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자니, 문득 오늘 약속이 생각났다. 이런 건망증 심한 놈 같으니라고. 나를 꾸짖으며 서둘러 옷을 입고 고속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 전주에서 S와 K가 오기로 한 것이다. 도착해보니 그 애..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3. (2/3) 하루 종일 숙제에 시달렸다. 언니가 보다 못했는지 나보고 얼굴이 핼쑥해 졌다고 했다. 밥 먹을 시간도 나지 않는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휴우-. 긴 한숨만 나온다. 개학도 성큼 다가왔는데 이거 어쩐담. 방학 초엔 “이까짓 거 뭐.”하고 코웃음 쳤는데 이제 보니 팔이..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4 (2/4) 아침부터 숙제와 씨름했다. 어유. 지겨운 도덕숙제. 이젠 치가 떨린다. 으~~~. 국산품 애용에 관한 포스터와 표어. 그리고 격언, 명언, 속담에 대한 느낌이나 다짐쓰기…. 한꺼번에 세 가지를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휴우-. 내일 모레가 지나면 개학인데. 어유. 학교고 뭐고 다..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5 2.5. 창문너머로 컴컴한 밤하늘에 별들이 드문드문. 오늘도 다 저물어버렸으니, 남은 거라곤 내일 하루뿐. 아직 못 다한 숙제도 내일을 기해서 아주 끝내버려야겠다. 지리멸렬한 어둠. 어둠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걸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제 개학이 내일 모레이다. 요즘은 도..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6 (2/6) 후-.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만이 나온다. 개학이 내일. 초등학교는 추위 때문에 방학을 연기한다는데…. 초등학생들을 부러워하긴 처음이다. 나도 참. 오늘 미국에서 고모님이 오셨다. 하도 어릴 때 헤어져서 그런지 난생 처음 보는 분같이 생각됐다. 알래스카에 사는 고모인데, 나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