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7 (2/7) 개학날.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그간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재회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깔깔대는 웃음 뒤에는 슬픔만이 나를 괴롭혔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고모 세분이 번갈아가며 아빠를 간호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할 일만 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8 (2.8) 아빠가 오늘 병원에 입원하시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선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아빤 이미 오래전에 간암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는 것 이였다. 그러면서도 아빤… . 어려운 일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9 (2.9) 오늘도 쭉 아빤 주무시고만 계신다. 권사님이 오셨는데 사람들을 수 없이 치료해 주신 분이시란다. 지금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기적뿐이다. 하지만, … 안수를 받고 나자 아빠께선 눈을 떴다가 이내 또 감으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줌이 안 나와 배가 불룩하시던 아빠였는데, 오늘..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0 (2.10)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논쟁을 벌였다. 화제의 대상은 “박 찬기”였다. 수업시간에도 끊임없이 토론(?)을 했다. 먼저 얘기를 꺼낸 내가 잘못이지. 왜 박 찬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공연히 친구들에게서 “정신병자”라는 소리만 들었다. 인간마다 각자의 절대자를 가진다는 건 좋..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1 2.11 어수선한 소리에 잠을 깨보니 6시 10분경이었다. 비몽사몽간에 언니와 오빠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듯했다. 마침 언니가 울음을 애써 참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왜들 이렇게 소란스러워?” “윤경아….” “빨리 말해봐.” 머뭇거리는 언니..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2 (2.12)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어제 하루를 지새웠다. 오늘은 소복이 도착해서, 난 생전 처음 소복을 입어봤다. 이렇게 일찍 이런 것을 입을 줄은 몰랐는데…. 오늘은 손님들의 방문이 좀 뜸했다. 하지만, 향냄새는 여전히 코를 찔렀다. 두 번째 맡아보는 냄새였다. 첫 번째는 작은 할머니 돌아..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3 오늘은 아빠의 장례식 날. 아침 일찍 서둘러 입관을 했다. 목사님이 관 뚜껑을 덮기 전에 아빠 얼굴을 보라고 했다. 난 오빠의 어깨 너머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입술이 희미하게 벌어져 있었다. 주무실 때의 모습과 별 다른 점이 없었다. 단지, 얼굴 어딘가 조금 퇴색한 것 같이 보일 뿐..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4 (2.14) 조촐한 장례식도 끝나고, 잔치 집같이 시끄럽던 집안도 조용했다. 몇 안남은 친척들도 내일 삼우제 끝나면 다들 돌아간단다. 너무 허전했다. 아빠라도 살아계신다면, 살아계신다면…. 지금도 귀를 기울이면 아빠의 슬리퍼를 질질 끄는 듯한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빠의 그 나지..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5 (2.15) 삼우제날. 소복을 입고 죽산으로 갔다. 장례식 때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아빠 무덤 옆에는 국화꽃들이 시들은 채 버티고 있었다. 왠지 마음이 울적했다. 산을 내려왔다. 고모들은 제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알래스카 고모도 부안으로 가버렸다. 대전에 돌아올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
1984.2.16 (2.16) 오랜만에 나흘 결석 만에 학교에 갔다. 아이들의 수군대는 소리와 이상한 눈초리가 참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도록 아무하고도 이야길 하지 않았다. “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러니? 왜 애들하고도 어울리려 하지 않아? 왜 그러니?” 현경이의 지나치는 듯한 말투였다. 현경이는 .. 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