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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날.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만나 그간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재회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 깔깔대는 웃음 뒤에는 슬픔만이 나를 괴롭혔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고모 세분이 번갈아가며 아빠를 간호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할 일만 하고 있으니…. 내 존재에 대해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 제발 살아계시기라도 하세요. 고모들과 언니의 두 눈은 언제나 새빨갛고 퉁퉁 부어 있었다. 현실의 모든 괴로움을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삭여버리고 싶다. 아. 죽음. 내가 툭하면 동경해왔던 존재. 그런데 바로 코앞에 닥친 것이다. 한없이 두려워진다. 아빠가 죽는 것이다. 만약 죽는다면, 죽는다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두려움뿐. 슬픔뿐. 괴로움뿐. 이런 것이 바로 인간의 본질이 고뇌일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난 이럴 때 도무지 무얼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할 일 없이 아빠가 죽는 것을 마냥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걸까. 이것이 딸의 도리일까? 아니, 딸의 도리를 벗어나서 같은 인간으로서 말이다. 무엇을 도와야 할 것인가. 아빠만 보면 목이 메어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오, 하느님. 도와주세요. 당신은 무용지물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처럼 그저 가만히 앉아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습니까. 무섭습니다. 이런 무서움을 타 본적은 없었어요. 주여. 제발 아빠를…. 저에게 힘을 내리소서. 아빠를 살릴 수 있는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