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2.8

최철미 2014. 6. 15. 12:34

(2.8)
아빠가 오늘 병원에 입원하시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병원 측에선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에서야 알게 된 이야기지만, 아빤 이미 오래전에 간암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는 것 이였다. 그러면서도 아빤… . 어려운 일은 혼자만 아시고 처리했던 것이었다. 그동안 아빠 혼자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아빤 내내 혼수상태이다. 제발, 제발 깨어나 주셨으면, 난 아빠께 왜 효도를 다 하지 못했던 것일까. 위로의 말도, 가벼운 말로 안부를 묻는 것도 왜 못했을 것일까. 위로의 말도, 가벼운 말로 안부를 묻는 것도 왜 못했을 것일까. 목사님께서 몇 차례 왔다 가시곤 했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이대로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효도도 잘 해드릴 걸. 기적은 과연 일어나지 않는 걸까? 하느님, 아버지. 매달리고만 싶습니다. 왜 이리도 의지가 약한 인간을 도와주시지 못하시는 겁니까. 이젠 하느님만 믿습니다. 주여. 아빠가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아빠께 말씀드리고 싶다. “아빠. 사랑해요.” 소중한 아빠.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늦은 밤까지 하염없는 눈물만이 흘렀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 되고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울어도 소용이 없다. 울어서 아빠가 살아나신다면 안약이라도 넣어 울고 싶다. 기꺼이 울을 것이다. 그러나 후….잠도 오질 않는다. 아빠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잔소리라도 좋다. 단 한마디라도 말이다. 아 아빠. 아빠. 꼭 살아 숨 쉬어야 해요. 돌아가시면 정말 전 어쩌면 좋아요.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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