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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만이 나온다. 개학이 내일. 초등학교는 추위 때문에 방학을 연기한다는데…. 초등학생들을 부러워하긴 처음이다. 나도 참. 오늘 미국에서 고모님이 오셨다. 하도 어릴 때 헤어져서 그런지 난생 처음 보는 분같이 생각됐다. 알래스카에 사는 고모인데, 나와 비슷한 점을 가지신 분이시다. 난 아마도 그 고모를 닮았나보다. 고모는 아빠의 병 때문에 급히 달려오신 모양이었다. 아빤 오늘도 여전히 아프신가보다. 왠지 마음이 씁쓸했다. 만약, 만약 아빠가 돌아가신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엄마도 미국에 계시면서 오실 생각도 안하고. 우린 다 팽개치고 미국으로 가게 될 것이다. 미국. 지상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나의 조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의사소통도 되질 않고, 사고방식도 틀리고, 생활풍습도 전혀 다른 곳. 당장 어떤 방법으로 살아갈까. 아-. 하느님은 뭘 하고 계실까? 병들어 있는 아빨 살려줄 생각은 안하시는 걸까? 오, 하느님. 아빠를 살려주신다면 전 하느님의 영원한 종이 되겠나이다. 당신은 한 때 제가 믿고 의지했던 분이 아닙니까. 왜 대답이 없으신지요. 제 마음에 아직 죄악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까. 오오, 주여. 두 분 다 왜 지켜보고만 계십니까. 인간이 하는 양을 되어가는 꼴을 보고만 계셔야 하는 건가요? 차라리 모두 다 죽여 버리세요. 그것이 당신들의 뜻이라면 말입니다. 아. 앞으로 살아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겉으로는 명랑한 척해도 마음은 왜 이리 슬프기만 할까. 혼자 있을 땐 가슴이 답답하여 눈물만 두 뺨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