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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숙제와 씨름했다. 어유. 지겨운 도덕숙제. 이젠 치가 떨린다. 으~~~. 국산품 애용에 관한 포스터와 표어. 그리고 격언, 명언, 속담에 대한 느낌이나 다짐쓰기…. 한꺼번에 세 가지를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휴우-. 내일 모레가 지나면 개학인데. 어유. 학교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죽어버렸으면 한다. 이제 남은 숙제는 일기, 스크랩북, 그리고, 방석. 방석이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그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히스테리만 부쩍부쩍 늘어난다. 아빤 오늘도 많이 아프신 모양이다. 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숙제와 악전고투해서 잘 때쯤엔 아주 녹초가 되어 버린다. 정말 숙제 다 하고 신나게 노는 친구들이 부럽다. 하지만 개중에는 나를 닮은 사람들이 몇 몇 있다. 그들은 그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숙제를 하고…. “시간이 PM 1:01분이다. TV 시작시간 일 텐데” TV볼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신경질, 짜증, 그런 것들이 엄습한다. 소설책 읽을 시간 또한 어디 있단 말인가. 언제나 Pop-song을 들으며, 소설 속에 흠뻑 파묻혀 있었는데…. 개학하면 그럴 시간도 없을게 아닌가. S와 K가 보고 싶다. L도…. 그리고 Y도. 편지 쓸 시간도 없다. 겨우 틈틈이 엽서로 안부를 물을 뿐. 아. TV의 소음이 간간이 들려온다. 내 마음을 유혹하는 소리. 푸하. 낄낄낄. 밀린 일기를 쓰는 이 시간도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그 많은 숙제, 이대로 좋은가. 심층취재 충격 르뽀! 이젠 꿈나라로 직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