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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숙제에 시달렸다. 언니가 보다 못했는지 나보고 얼굴이 핼쑥해 졌다고 했다. 밥 먹을 시간도 나지 않는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휴우-. 긴 한숨만 나온다. 개학도 성큼 다가왔는데 이거 어쩐담. 방학 초엔 “이까짓 거 뭐.”하고 코웃음 쳤는데 이제 보니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한 겨울인데도 내 이마엔 식은땀이 촉촉이 배어있다. 일기를 쓰는 시간도 정말 아까워 죽을 지경이다. “시간은 금이다.” 라는 말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 것 같다. 손가락들이 연필을 쥐는 자세로 굳어버린 것 같다. 등은 45도로 정확히 굳어버리고…. 어쩜 좋을까. 방석 만드는 숙제가 제일 걱정이다. 그 많은 시간을 무얼 하며 낭비했는지. 까마득하다. 무슨 숙제가 그리 많담. 물질만능시대의 한 인간이라서 그런지 이럴 때에는 숙제해주는 기계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도무지 TV볼 시간도 없다. 내가 왜 이렇게 시간에 구애받는 사람이 되었을까? 슬프도다. 비참한 내 신세. 아이고. 아이고. 그저 탄식소리뿐이다. 언니는 약 올릴 작정인지 “고소하다.” “재미있다. 빨리 TV봐.” 등등….여러 가지 아니꼬운 말로 난 괴롭힌다. 어유.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도와주지 못할망정 말이나 말지. 라디오에서도 온통 개학이야기만 하고.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으~~~. 3일밖에 안 남았다. 오, 주여. 제발 저 좀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