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2.2.

최철미 2014. 6. 15. 12:40

2.2
어젯밤에 늦게까지 TV를 보는 바람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잠자리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있자니, 문득 오늘 약속이 생각났다. 이런 건망증 심한 놈 같으니라고. 나를 꾸짖으며 서둘러 옷을 입고 고속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오늘, 전주에서 S와 K가 오기로 한 것이다. 도착해보니 그 애들은 2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무척 반가웠다. 롯데리아에 갔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 애들에게 주려고 가져온 선물을 주었다. 선화에게 주려하던 선물도 함께 주었다. 어린애같이 기뻐했다. 참 보기가 좋았다. 오늘도 S는 말끝마다 비꼬면서 지나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난 약간 기분이 상했다. K보다 더 친절히 대해주는데도. K는 여전히 쉴 새 없이 농담을 지껄여 우리를 웃겼다. K의 능청을 떠는 모션이 무척 인상에 남았다. 밀크쉐이크를 먹을 때도 S는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난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쟤가 왜 저럴까? 직행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갔다. K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S는 우릴 보며 참 한심하다면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K는 S가 슬퍼서 그럴 거라고 했다. 슬퍼서 그런다구? 흥. K가 내게 말했다.
“너 다리가 참 가늘다.”
“농담 마.”
난 코웃음 쳐버렸는데 S도 치마 입으면 참 예쁘겠다고 했다. 정말? 흐흐흐.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 흐뭇하다. 어유. 나도 참 한심하다. 낄낄. K는 정말 전화 걸 때 부담이 없어서 좋다. 농담도 하고…. 하지만, S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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