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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이 된지도 꼭 한 달째로 접어든다. 1월이라는 한 달이 〈또〉내 앞에서 스쳐지나가 버렸다. 이런 권태로움과 허무함 속에서 인간이 늙어간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것일까?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시 돌이켜본다. 뒤돌아봤자 혐오감과 환멸만을 느낀다. 정말 그런 것들 빼면 아무런 특별한 추억거리라곤 없으니…. 너무 끔찍하도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젠 1984년의 1월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걸까? 아. 한숨만 새어나온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오래오래 잊지 못할 그런 일. 오늘같이 쓸쓸한 밤에 하얗게 쌓인 눈을 밟으며 나와 멋진 남자, 둘만의 데이트란…. 아. 얼마나 달콤한 일일까! 감미롭고, 로맨틱한 아아, 사랑이어라! 너무도 헛된 상상일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일까? 춘향이 이팔 청춘에 사랑을 하고, 줄리엣 14살에 로미오의 청혼을 받았다는데…. 남자들이여, 나도 여자다! 길거리를 걸으면 내 옆을 지나치는 멋진 남자들…. 그런 걸 두고 〈그림의 떡〉이라고 하는 게 아닐지…. 그러고 보면 나도 여자다운 면은 조금 있구나. 흐흐흑…흐흑…. 무엇을 위해 흐느끼는가. 윤경아.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너라고 해서 없겠는가. 휴우-. 노처녀의 한숨인가. 할머니의 거친 숨결인가. 괴로워. 오직 괴로울 따름이다. 나는 왜 이다지도 못생긴 걸까. 누구의 탓이랑 말인가. 어쨌든 잠은 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