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4.2.10

최철미 2014. 6. 15. 12:32

(2.10)
하루 종일 아이들과 논쟁을 벌였다. 화제의 대상은 “박 찬기”였다. 수업시간에도 끊임없이 토론(?)을 했다. 먼저 얘기를 꺼낸 내가 잘못이지. 왜 박 찬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공연히 친구들에게서 “정신병자”라는 소리만 들었다. 인간마다 각자의 절대자를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더구나 나같이 절대자에게 이름도 지어준다면…. 애들은 왜 그런 멋이 없는 것일까. 난 그리 특별한 인물도 아닌데, 왜 그들과는 정신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너무 잘난 체 하는 걸까? 하지만 난 진정 찬기를 나의 모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쨌든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아빤 몹시 편찮으신 모양이다. 고모들의 안색이 매우 불안해 보였다. 언니,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언니는 식구들을 안심시키려는 생각인지 곧 의식이 돌아올 거라고 여러 번 말했다. 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했다. 간간이 울 뿐이다. 아 답답하다. (찬기야. 난 정말 어쩌면 좋니. 난 너무도 슬 퍼. 미칠 것만 같아. 아빠가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착잡한 마음. 아빠 꼭 사셔야 해요. 네? 피로가 몰려온다. 오늘은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후 - 정말 죽을 것 같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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