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3.12.26

최철미 2014. 6. 15. 14:13

12/26

다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휴양 차 전주로 내려왔다. 기분상한 일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니까 어제까지의 모든 괴로움을 잊을 수가 있었다. 기분도 한결 새로워지고. 선화의 집에서 짐을 풀었다. 좀 썰렁하지만 그런대로 오늘 저녁은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반창회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도대체 남 녀 간의 마음이 척척 들어맞아야 할 텐데…. 후-. 몸이 으스스해진다. 그의 생각은 까마득하다. 더욱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잊고 싶은 심정 탓일까? 선화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자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 기분. 끼끼끼. 하긴, 생각지도 않던 남자였지만…. 아, 시계의 일정한 규칙성음이 지겹기만 하다. 취침시간은 멀었는데 벌써 졸음이 엄습해온다. 이런, 벌써 세 번째의 하품이다. 선화는 왜 이리 늦는 걸까? 무척 지루하기 짝이 없다. 집 생각이 난다. 역시 집보다 좋은 곳은 없는 걸까? 아, 하지만 나의 집은…. 그는 지금쯤 무얼 할까? 적어도 나처럼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해나가야 할 테니까. 아, 이제 그의 생각은 하지 않기로 하자. 그도 결국 머무르지 못하는 타인에 불과하니까. 내일부터는 괴로움을 떨쳐버리고 인생의 희락과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잊을 건 다 잊어버려야겠다. 그러나 마음대로 될까? 내일은 어릴 때부터 은근히 좋아해오던 성근이를 볼 수 있다. 잔뜩 부풀어올라간다. 히히. 아 선화가 왔다. 그럼 내일을 위해 이만 자야 할까보다. 음냐 음냐.

'가족들의 글모음 > 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3.12.24  (0) 2014.06.15
1983.12.25  (0) 2014.06.15
1983.12.27  (0) 2014.06.15
1983.12.28  (0) 2014.06.15
1983.12.29  (0)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