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일기

1983.12.29

최철미 2014. 6. 15. 14:10

12.29
오늘도 S와 K를 만났다. 아침 일찍 K의 집으로 향했다. 징그러운 대화에서부터 시시콜콜한 대화에 이르기까지 무슨 얘기이고 재미있었다. 점심은 라면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한 이불을 넷이서 덮고 앉아 깔깔거리며 웃었다. 성근은 내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얘기를 쭉 들려주었다. 성근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서로 어깨를 으쓱하며 웃던 일. 성근이 내 목숨(?)을 구해주었던 일.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가 하나의 추억거리였다. 그들과 얘기하면서 난 눈을 꼭 감고, 내가 여태까지 스쳐지나온 모든 것들을 다시금 회상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이야기〉지금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일도 있고, 재미나는 일도 있고…. 그러는 사이에 우린 이만큼 성장했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다 같이 집을 나왔다. 성근에게 말했다. 내일은 집에 돌아가겠노라고. 종성도, 선화도 모두가 섭섭해 했다. 나도 서운했다. 집에 가보니, 대전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후-. 가야만 하는가. 이제 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데…. 일기장을 펴니, S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선화도, 종성도 모두가 다정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성근에게 약속했다. 내년 여름엔 다시 오겠노라고. 그러나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S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아~Y보다 더 친근감이 든다. 같이 자랐기 때문일까? 우정이 사랑으로 변할 줄이야. 그러나 내일 난 떠나야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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