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글모음/작은 딸, 윤경이의 낙서장

낙서장-p.6

최철미 2014. 6. 22. 07:23

- 나 오늘 이대로 지새운다면 그대 모습 하얗게 비춰질까요. 멀리서 가득히 고인 두 눈에 스쳐가는 별들이 안타까워요.

- 오 그대 어두운 별리는 싫어 우리사랑 꿈처럼 잊혀져가요. 향긋한 달 바람 불어오면 어둠속을 무작정 걸어볼까요.

- 그리움 은근히 찾아들 때면 그대 삶의 창가를 맴돌까요. 흩어진 이슬에 드리워지면 다시 그대 하얗게 타오를까요.

- 시간이 이대로 쉬지 않고 흐르면 언젠가 나는 또 하나의 머무르지 못한 인간으로 그 마지막 종점에서 인생의 짧은 순간을 울어버릴 꺼야.

- 고향의 달 바람이 향긋이 불어온다. 퉁소의 은은한 물결이 내 가슴을 잔잔히 적셔온다.

- 말없는 나의 지극한 벗. 타올라간다. 끊임없이 타올라간다. 나는 그 하얀 청취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서로에게 미미하나마 소중했던 존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왠지 만년필을 들면 건방져질 것 같아. 모르는 사람들의 인생을 아무렇게나 얘기하고파. 그네들의 모순이 어린현실, 그 아름다웠던 이상, 그리고 그 마지막 종점. 나는 자주 어울려 한껏 즐기고, 마시고, 그럭저럭 호젓이 앉아 세상을 비웃고, 오히려 그네들보다 세상을 쉽게 살아왔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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