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꼭 일주일 째. 더구나 토요일이다. 아빠가 만약 살아계신다면 지금쯤 마산에서 돌아오셔서 같이 저녁을 먹을 텐데….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 줄만 알았더라면. 오직 후회뿐이다. 끝없는 후회의 한숨뿐이다. 푸념뿐이다. 학교를 가도, 교회를 가도, 빵집을 가도, 어딜 가나 심지어 전자오락실을 가도 아빠의 모습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온통 눈에 뜨이는 것은 아빠와 같이 가던 곳. 아빠와 같이 걷곤 하던 길, 아빠와 같이 즐겨먹던 음식…. 그러나 언제이고 느끼는 것은 죄책감뿐이다…. 나에게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아빠이지 않은가. 그렇게 자상하던 아빠께 나는 너무도 불효막심한 딸이 아니었던가. 꿈에도 아빤 어김없이 나타난다. 아빠의 얼굴은 온통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고, 입술은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아빠의 손발은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차갑기만 하다. 꿈에 보이는 아빠의 모습은 언제나 관 뚜껑을 열고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왠지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다. 아 아빠. 우리들한테 간암이란 것만 알렸어도…. 미칠 것 같다. 이제 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찬기야. 마지막으로 믿고 의지할 사람도 없어.) 김선생님(?), Y(?), 언니(?), 오빠(?)…. 진정 나의 절대자는 누굴까, 찬기야. 말해다오. 박 찬기. 너란 말이냐? 바보. 왜 죽었느냔 말이야. 찬기, 너라도 살아있다면 난 정말 널 붙들고 매달릴 텐데. 넌 형체도 없고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단지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 알지 않니. 찬기야.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내 곁에 있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