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오랜만에 나흘 결석 만에 학교에 갔다. 아이들의 수군대는 소리와 이상한 눈초리가 참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도록 아무하고도 이야길 하지 않았다. “왜 고개를 푹 숙이고 그러니? 왜 애들하고도 어울리려 하지 않아? 왜 그러니?” 현경이의 지나치는 듯한 말투였다. 현경이는 좀 서운했다. 내가 이런 관경에 빠졌는데 아무런 위로의 말도 해주지 않았다. 나라면…. 하긴 직접 처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일 것이다. 점심시간에 차 미화라는 애와 얘길 나누었다. 그 애는 일부러 나쁜 방향을 택하려는 듯 보였고, 또 예전부터 어딘가 서로 통하리라 생각했었다. 그 애가 나와 같은 환경일 것이리라 짐작은 했지만 그 동안은 왠지 이야길 꺼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젠 나도 그 애와 같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이야긴 다른 것이다. 먼저 말을 꺼낸 쪽은 나였다. 대화는 진전이 되었다. “넌 어딘가 화끈해. 그래서 내가 널 존경하지.” 그 애의 말이었다. 어쩌면 그 애도 나처럼 끙끙 앓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 애는 아버지가 죽고 새 아버지가 생겼는데 새 아버지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그 애의 마음이. 하지만 그 앤 가정보다는 이성문제가 더 큰 것 같았다. 그 남자 아이는 담배를 피우는, 우리와 같은 그런 불행한 소년이라고 했다. 아─. 불행한 일이다. 왜 청소년들이 이런 슬픔을 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