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책, 증언대의 앵무새

기답 씨네마스코프 [아나운서의 적]

최철미 2015. 7. 4. 15:32

□ 기답 씨네마스코프

3개 부문에 296명의 학자들이 응시해서 경쟁률은 평균 8대 1, 이 가운데 아나운서 지망자들이 펼쳐 놓은「충천연색 씨네마스코프」의 진기한 해답은 일종의 유모어 사전이다.
·선고
글자 그대로「먼저 생각하는 것」이 가장 많고「옛날 어른들의 생각」이라고 한 발짝 접근하다가 사미가 붙은 것도 있고「원고료를 미리 받는 것」이라고 김치 국부터 마신 전도 인생,「공소하기 전에 기피의 우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는 사이비 법학도가 있다.
·씨소 게임
「한번 지고 한번 이기는 것」이라는 공정한 심판이 있는가 하면「눈치놀이」라고 해석한 새로운 리크레이션 창안자도 있다.
·황색경보
「옛날 중국에서 한때 판을 치던 황건적이 내습하면 마을 사람들이 서로 경보를 발하던 것」이라는「삼국지」애독자의 시대착오.
·트리오
「방송하는데 필요한 기계 이름」이라는 발명가,「라오스의 대통령」이라고 새 이름을 지어준 대부.
·무형문화재
「형태가 없는 문화재」라는 글자 풀이가 과반수,「인간문화재와 동일」하다는 등식으로 국보급 인사를 투명인간으로 간주해 버린 미스터리 작가,「일종의 천연자원」이라는 과학자,「제작년도를 알 수 없는 작품」이라는 고고학자,「쓸데없는 문화재」라고 타기해 버린 홍위병 등이 이 해답란에 잡거하고 있다.
·디스크 자키
「최신 유행가요」라는 노래자랑지망자,「전축의 머리 즉 바늘을 끼어서 판이 돌아갈 때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라는 기술자, 그리고「케네디 미 대통령의 부인 이름」이라는 성명철학가의 라프소디가 있다.
·도규계
정답자는 불과 4명,「주로 발표계(?)즉 방송생활자들의 세계를 칭하는 것」이라는 견강부회가 있는가 하면「무사계」라고 휘갈긴 검색도 있다.
·레오폴드빌
「라오스의 수도」라고 쓴 사람이 8명,「헝가리의 도시」「필리핀의 수도」로 천도를 주장한 지관들이 있다.
·백일장
「온 국민이 즐기는 잔치」「일종의 문예 콩쿨」로 근사치를 산출한 사람,「고적지」라는 미래파, 최고 걸작으로「모래가 하얗게 내려 쪼이는 한낮」이라고 백일홍을 꾼 사람이 있다.
·아그레망
「국제회합」이라고 쓴 Persona non grata「외국의 시인가」라는 문학청년도 있다.
·용비어천가
한글로 되었다는 양론에, 동원된 작자도 부지기수, 세종대왕이라고 배후를 규명한 수사관도 있다.
·푸마공
「이란 수상」「콩고 수상」「아라비아의 지도자」「인도 수상」등으로 아프리카와 중근동연방을 만들어 영도자로 받들었다.
·아리아
「라오스의 수도」라는 지리학자,「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해석한 세계주의자가 있다.
·명고관화
「사태가 확대되어 감」이라고 연소를 걱정한 소방수의 아들,「암담상태에서 희망을 가져보는 것」이라는 측은한 낙관주의자,「모든 일에 일체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몬로주의자도 있다.
·SP 레코드
「Short play」로 잘못 알고 있지 않나 해서 출제된 것인데「Song play」즉「노래만 있는 것」이라는 부로큰에,「녹음기」로 혼동한 사람,「입체음향이 나게 하는 전축」이라는 스테레오 애호가도 있다.
·SEATO
「위성국가에서 이탈한 자유주의 국가」라는 티토이즘 찬미자가 홀로 외롭다.
·알리바이
「어떤 사건에 있어 사실과 모순된 점」이라는 오리무중에「윤곽」이라는 오해도 있는데「밤의 직장」「아르바이트 학생」이라고 정의한 것은 틀림없는 고학생.
·취타
「방송에서 시간을 알리는 삐이 하는 소리」그리고「말로 때리는 것」이라는 투사가 있는가 하면「토막을 내라」는 춘천호 살인사건 같은 엽기적 음모.
·엑스트라
「방송극」과의 혼동,「무대장치」라는 격하가 있는가 하면「배우」로 지위를 향상시킨 명답이 있다.
·7월 17일
「유엔 데이」「제 2공화국 탄생일」「제 2공화국 총 선거일」「국군의 날」「한국동란 휴전협정일」「미국 독립기념일」등 각종 애니버서리에「국회 4사5입사건 발생일」이라는 탁월한 기억력과「7월 혁명의 날」이라는 창작까지는 좋은데 오오 하느님「국치일」이라 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
·IPI
「세계통신사」「미국통신사」「기자」는 그래도 가깝지만「동양방송의 약자」라는 해답자는 알파벳도 모르는 사람, 그런데 스펠링을 뜯어 맞추는 천재 하나는 간단히 다음과 같은 기구를 창설했다.「Italy Polie International」
KBS를「Kong Bo Sil」로 해석한 이들의 선배는 주체의식이나 있지,「장희빈」을 대원군의 첩이라는 뚜쟁이,「골든 아워」를 밤 6시부터 10시까지 가장 달콤한 시간이라는 에로티즘, 그리고「아이히만」을 가스 방에서 사형언도를 받은 사람이라는 본말전도 등 어휘의 난무는 지망자들에게 발부된 학사자격증의 권위를 내리깎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