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책, 증언대의 앵무새 102

다시 찾은 모국어 [강 건너 목소리]

□ 다시 찾은 모국어 압제의 에필로그였던 중대 방송이 만가처럼 흐느낀 8월, 승리자의 깃발 성조기는 아직 나붓기기 전,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만 머무르자는 이혜구 과장의 명분론에 민재호 주임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우리가 친일파라면 친일파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우린 도리..

전쟁과 평화의 징검다리 [강 건너 목소리]

□ 전쟁과 평화의 징검다리 JODK 제 2 보도과의 재산 목록 제 1호는 문세영 편 우리말 사전과 또 한 권의 두꺼운 원고 철… 우리말에 대한 신앙의 바이블이었던 그 사전은 판매 금지되어 김 억씨를 통해 영창서관의 잔고 본을 은밀히 사들였다. 나이 지긋한 김성옥 아나운서가 편찬해 놓은 ..

보릿 고개에 외곡 도입하듯 [강 건너 목소리]

□ 보릿 고개에 외곡 도입하듯 검거 선풍이 휩쓴 자리에 남겨진 아나운서는 겨우 여섯 사람, 이계원 민재호의 두 현업주임과 주로 편집을 하던 김성옥, 보성전문을 나온 구수한 음성의 미술가 이익령, 이왕가의 직계인 귀공자 이원구 그리고 앳된 목소리의 숙녀 김운길 뿐이었으니 유효..

내선일체의 나락 [강 건너 목소리]

□ 내선일체의 나락 언론계의 중진 고제경 씨는 23대 1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우수한 낙타, 한 달 동안의 속성코스를 거쳐 곧 숙련공과 함께 일했다. 뉴스, 일기예보, 방송 순서를 전하던 밤 10시, 눈과 입이 열심히 뉴스 원고를 추적하고 있는데 엔지니어 하나가 틈입해서 스위치를 탁 제꼈..

원정들의 굿 올드 데이 [강 건너 목소리]

□ 원정들의 굿 올드 데이 제 8예술에 중독된 소설가 지망의 신문기자는 신파극「장한몽(張恨夢)」에 주연했다. 중국 요리와 소설은 만드는 사람을 보지 않아야 맛이 있다는데 그는 예외였다. 단아하고 준수했던 청년 심훈…. 영화, 언론, 문학의 트로이카를 몰던 천재는 또 하나의 가능..

황금시대의 입구 [판도라의 상자]

□ 황금시대의 입구 UN에서 온 친구가 이제는 원조해 줄 필요가 없겠다고 극찬한 남산연주소가 12월 10일 장려한 개소식을 올렸다. 이 현대적인 시설에는 그 날, 체온에 가까운 열기를 스침이 뿜어냈지만 VIPS를 맞는 긴장으로 얼어붙은 듯 했다. 가위질을 끝낸 이승만 대통령은 공기와 색채..

테이프 싸인과 장미 전쟁 [판도라의 상자]

□ 테이프 싸인과 장미 전쟁 자유대한의 소리 영어방송 다음으로 55년 12월, 대일 방송이 개시되었다. JODK의 우리말처럼 제 2방송으로 분가하기까지 단일 채널에 전세 들었던 일본어는 밤 9시 45분의『곤방와…』부터 10시의『사요나라』까지 에그조틱한 매력으로 기성세대를 끌었다. 잃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