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눈물로 쓴 아가

단풍잎의 노래

최철미 2013. 12. 4. 08:38

 





어느 가을날 아침에

 

겉봉만 보아도 반가운 편지봉투 속에서 나온 단풍잎 하나가 말합니다.

“가을이 벌써 이만큼 와 있어요.”

단풍잎 가운데 새겨진 “Thank you", 도리어 제가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한동안 말을 잃고 맙니다.

그러고보니, 앞집의 키 큰 단풍나무도 어느새 알록달록한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보란듯이 서 있습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고 난 어느날 아침, 단풍잎을 주워들고 단풍잎 위에 가을의 詩 한 편씩을 새겨봅니다.

 

단풍잎의 노래

 

나를 보세요

가을이 벌써 이만큼 와 있어요

 

별모양 반짝이는

작은 기도들로

가을 하늘을 수놓고 싶어요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작은 언어들로

가을빛 고운 옷을 입고 싶어요

 

소근소근

가을 이야기들이 하나씩 익어갈 때마다

사락사락

가을詩 하나 낙엽으로 내려와 앉는 소리

 

내 작은 손을 높이 들고

이 축복스런 계절을 노래할래요

 


10-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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