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이야기 /아버지, 최세훈

세상의 빛

최철미 2013. 12. 11. 18:34


우리 아버지의 아기 때 모습


우리 아버지의 이름은 최세훈.  인간 세(世) 빛날 훈(勳). 세상의 빛  - 1903년 전북 김제군 죽산면 대창리 (번드리) 에 처음으로 교회를 세우신 상할아버님, 최윤중 장로님과 할아버지 최태진 장로님께서, 열 한 남매의 외아들로 태어난 우리 아버지에게, 성경 말씀대로 세상의 빛이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귀한 이름이다.  참고로, 대창 교회의 약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http://m.grandculture.net/contents.aspx?use=&lc=GC026&ct=A&ctid=A00005&contid=GC02601281


상할아버님 최윤중 장로님댁에서 다섯 성도들의 기도 모임으로 시작한 대창교회,  상할아버님과 할아버님께서 장로님으로 시무하시던 교회에서 우리 아버지는 태어났고 자랐다.  동네 지주였던 상할아버님과 할아버님 덕에 당시 번드리에 있는 100여호 가정이 모두 교회에 출석하였다고 한다.  전주에 사시는 고모님께서 대창교회 100주년 창립 기념 예배에 다녀오셨다고 헀다.  상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는 고모들의 이름을, 사랑할 자 (慈), 착할 선(善), 어질 현 (賢) 자를 넣어,  자선, 자원, 자현, 자영, 원, 호선, 마리아, 세은, 세원, 미리암이라고 지으셨다.  우리 아버지는 끝에서 두 번 째로, 할아버지가 43세, 할머니가 40세 되던 해인 1934년에  태어나셨다.  딸부자 집에서 엘리사벳과 같은 기도와 간구로 뒤늦게 얻은 늦둥이 외아들....... 


우리 아버지말고도  아버지 위로 두 아들이 더 태어났었는데  두 분 다 어릴 때 폐렴으로 죽고, 우리 아버지 역시 두 살 무렵에 폐렴이 걸리셨었다고 한다.  그 때  (1936년 정도로 추정됨), 우리 할아버지께서 전주에서 번드리까지 택시를 불러와서 폐렴에 걸린 아버지와 할머니, 또 아버지의 숙모가 되시는 작은 할머니를 태우고 전주에 가서 예수 병원 특실에 입원시켜서 치료를 받게 했다고 한다.  막내 고모의 이름이 미리암인 것에 비추어 볼 때, 상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이름을 지으셨을 때, 성경에 나오는 모세를 염두에 두시고, 모세같은 인물이 되길 기도하셨던 것도 같다.....  할아버지는 외아들이었던 우리 아버지와 늦둥이 막내딸인 미리암 고모를 등에 업혀서 학교에 보내셨고, 한겨울엔 아들 딸들의 목도리를 손수 다 둘러서 보낼 만큼 자상하셨고 세심하셨다고 한다. 또, 우리 아버지를 비롯한 열 한 남매를 왕자와 공주처럼 금지옥엽같이 아끼고 사랑하셨다고 한다.  나와 우리 동생들이 그러하듯,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자상하고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지 않았나 싶다.  


우리 상할아버지께서는 풍을 맞아 거동이 불편하셨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버지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지팡이를 짚고 대문 앞에 서 계시다가 학교에서 먼저 돌아오는 고모들한테, "세훈이는 어디 있느냐?  가서 세훈이 찾아 데리고 오너라." 하고 고모님들한테 아버지부터 찾아 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고모들은 우리 아버지 없이는 집에 못 들어갔다고......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귀하게 큰, 시골 부자집의 외아들이었다.  적어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6.25 사변 9.28 수복 당시, 미처 퇴진하지 못한 공산당이, 마을 사람들이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고 해서  번드리 사람들을 끌어다가 죽창으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때, 자영 고모의 남편과 아버지의 숙부 (작은 할아버지)도 숨어 있다 발등록각되어 학살을 당했고, 불행 중 다행으로 , 같이 숨어 있던 우리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게도 옆동네 사람의 도움으로 학살을 면했다고 한다.  고모들 말에 의하면, 우리 아버지가 매부와 숙부처럼 학살 당하기 직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은,  순전히 우리 할머니의 기도 덕분이었다......     


(당시, 대창 교회 담임 목사님이셨던 안덕윤 목사님도 1950년 9월 28일 김제지역 대한민국 만세사건」에 참여, 쫓겨가는 북한군 패잔병에게 죽창으로 찔려 순교하였다)

http://www.gwangyang.go.kr/images/01kr/economy/06050503_10.pdf (page 113)

http://www.kcmma.org/board/bbs/board.php?bo_table=bd1&wr_id=44&page=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