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이야기 /철미의 생각

크리스마스 선물

최철미 2013. 12. 20. 10:38

미국 시골 회계사의 일기 - 12-19-13

오늘 아침에 우리 동네에 사시는 S 교수님께서 홍시감을 한 아름 갖다 주셨다. S 교수님께서는 옛날 한국에서 대학 교수님을 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직도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여든이 훨씬 넘으셨고 곧 아흔이 되시는, 나의 오랜 단골 손님이시다. "홍시가 될 때까지 안 따고 놔 둔 거야. 집에서 딴 거니까 맛있게 먹으라구."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갖다 주신 홍시감.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크리스찬도 아닌, 불교 신자시다.  작년 이맘 때도 집에서 딴 단감을 한 자루 갖다 주셨었다.  그 때, 사모님께 신약 성경을 드렸었다.  "성경은 가장 많이 읽히는 베스트셀러에요.  시간 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그래, 알았어."  올해는, 한국에서 노숙자 사역을 하시는 분이 쓰신 신앙 서적을, 교수님께 드렸다. "사모님께서 책 좋아하시죠? 사모님이랑 같이 꼭 읽어보세요." "그래, 알았어." 


점심 때 쯤, 미세스 K 가 크리스마스라며 우엉 무침과 누룽지를 갖다 주었다. 나의 고객인 미세스 K 의 우엉 무침은 정말 맛있다. 미세스 K 는 전에도 몇 번 우엉 무침을 해서 갖다 준 적이 있다. 살림에는 빵점인 내가 알기에도 우엉 무침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누룽지는 우리 친정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건데요" 하며 준다. 자세히 보니, 와플 메이커로 만드셨는지, 누룽지 마다 정사각형 문양이 있다. 가마솥이 없는 미국에서 누룽지는 정말 귀한 음식이다. 친정 어머니로부터 살림의 지혜를 전수 받은 따님이 부럽다...... 나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우엉 무침같은 반찬은 못 만든다.  전기 밥솥 덕에 밥만 겨우 할 줄 안다. (실은, 지금 먹고 있는 쌀도 우리 직원, 은미 자매가 사다 준 거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은 반찬을 넉넉히 싸와서 다 같이 나눠 먹는다. 오늘 점심은, 영이 자매와 순희 자매와 함께 미세스 K 가 만들어 준 우엉 무침에, 교수님께서 따다 주신 홍시감으로, 진수성찬을 먹었다.  바삭바삭한 누룽지는 출출한 오후에 아주 좋은 간식 거리였다.

오후에 온 우편물 중에 G 선생님이 보내 주신 크리스마스 보너스가 있었다. 삼십 불 짜리 개인 수표. 우리 아들 여호수아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사 주라는 편지와 함께...... G 선생님은 한국 분이 아니다.
일본계 미국인이다.  여든의 나이에도 토요일마다 일본계 청소년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시는, 나의 오랜 고객이다.  "일본 사람은 무조건 나쁘다." 거의 20년 동안을 그렇게 교육 받아 온 나에게 "일본 사람도 좋은 사람은 참 좋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참 고마운 분이시다. 젊은 시절, 잠깐 일본어를 배워볼까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선생님으로 만난 분이다. "선생님, 보내주신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 대학교 갈 때 학비로 쓰겠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에피포도 문학 사역을 같이 했던 시인이자, 나의 오랜 친구인 백목사님 말에 따르면, 난 "너무 정직해서 다른 회계사들처럼 돈을 많이 못 버는" 시골 회계사이다.  하지만,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늘은 정말 부자가 된 듯 하다.  남은 우엉 무침과 누룽지와 홍시감를 우리 직원 자매님들과 함께 나누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훨씬 복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