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내 입김의 성숙을 위해

최철미 2014. 2. 8. 12:29

내 입김의 성숙을 위해


건축을 할 때처럼 면밀한 것은 없다. 신방에 들어가는 색시의 마음으로 Expect to meet many programs.. 다만 새로운 적응태세를 갖출 뿐이다. 창부와 같은 현실에서 신부와 같은 진실을 찾아야 하는 것이 지성인의 고민이라면 창부와 신부를 동시에 만족시켜야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고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평균치를 몸에 붙여야한다. 대중에게 영합하려하면 저속에 흐르기 쉽고 고고하면 대중을 상실할 것이므로...

평균치란 성실한 애정이다. 대중의 현명은 위정을 간파하는데 예민하다. 마음속으로부터의 사랑을 그들에게 골고루 뿌려야한다. 그래서 해가 바뀔 때 몇몇 아녀자들에게 절연장을 발송했다.

올해부터 나는 박애주의자다.

<에드 헐리>라는 대선배의 수기 속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나는 1류급의 변두리까지 와서는 거기서 멈춰버린 내향자들을 알고 있다... 아직도 표면공포증이 있으니 정체할 운명인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튜버크린> 반응과는 반대의 치료를 해야겠다. 성격의 각을 둔화시켜 원으로, 그리하여 포용력을 기르기 위해 술과 너털웃음을 배워야겠다. 그러나 모든 것은 하나로 요약된다. 과일을 익게 하는 따뜻한 바람과 같은 인간성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럼 나의 입김은 저절로 성숙할 것이다.

KA 아나운서
1962년 2월 4일 주간방송




 (내가 꼭 기억하고 싶은 우리 아버지의 말씀 - 과일을 익게 하는 따뜻한 바람과 같은 인간성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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