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이야기 /철미의 수필

지금은 애도의 시간

최철미 2014. 4. 28. 09:44

소천제

이제 훨훨
날아 오르소서

육신의 고통
훌훌 던져 버리시고
맑고 밝은 천국으로
올라가소서

여기 남은 이들이
그리우시거든
어느 가을 날
푸른 하늘 빛으로
살아 오소서

오늘 흘리는
우리의 눈물들이
무지개 빛으로
다시 살아 올

그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게 하소서

- 세월호 참사로 숨진 분들을 애도하며 -

아들 아이가 여섯 살 때, 잠깐 물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동생의 결혼식 피로연을 호텔 수영장에서 했었는데, 평소에도 주위가 산만한 우리 아이가 뒷걸음질을 치다가 수영장에 그만 풍덩 빠져버렸다. 아이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물에 빠지던 장면과, 지체 없이 우리 아이를 건져 올려 주던 어느 고마운 미국 아저씨의 초록색 소매 자락, 그리고 정말 물에 빠진 생쥐 모양으로 물을 뚝뚝 흘리며 내 앞에 서 있던 우리 아들 아이의 모습 밖에는 기억에 없다.  놀란 가슴에 그만 black out 이 되어 버렸던 것 같다. 아들 아이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한참을 그냥 보듬고만 있었던 기억......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남편이 아이 옷을 갈아 입히러 간 사이에, 아이를 구해 준 미국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분이었다신부 어머니의 친구라고 하는 것 같았다내 명함을 건네주면서, “저희 아이 때문에 옷이 다 젖으셨네요세탁비를 보내드릴게요.”  했더니,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는 괜찮으냐고 하셨다.  “, 덕분에 괜찮아요. 정말 감사해요.”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돌아와 며칠을 앓아 누웠다......아이를 동네 수영 학원에 보내기 시작한 것도 그 직후였다....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지금 옆에 있는 아들 아이를 뜬금 없이 불러 본다 "Are you okay, Josh?" 

여동생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도 이십 오년이 넘었다. 동생은 열 여덟 살이었다......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당한 일이라서 처음에는 슬픔을 느낄 여유조차도 없었다....... 아무런 인사 없이 훌쩍 떠나버린 동생
, 언제라도 '언니이' 하며 돌아올 것만 같....... 두고두고 그 애의 부재를 실감하며 살아야 했다... 그 애가 그렇게 떠나고나서 얼마나 긴 세월을, 원망과 회한, 동생을 잘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눈물로 지내야 했던가....... 어린 나이에 그렇게 떠나 버린 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리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분들, 특히 어린 학생들의 부모님과 유가족, 또 친구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같이 하시
만을,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빌고 또 빈다 ...... 



미주 한국 일보 샌프란시스코 여성의 창  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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