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이야기 /철미의 수필

어떤 생일날

최철미 2014. 5. 13. 18:25

케이는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알게 된 나의 이웃이다.  나보다 어리지만 똑똑한  친구다.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주의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이민 생활 탓에 정치는 아예 관심 밖이 되어 버린 나는,  케이가 이따금씩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면 그저 그러려니 하고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 월은 너무나 잔인한 달이었고, 사순절은, 아니, 고난 주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엄마이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야."  그런 케이가 추모 집회에 간다길래, 물어 보았다.  언제 하는데?  5월 11일 Mother's Day  일요일 오후 두시.  핑계 같지만 나는 그 날 아침에 남편과 같이 남편 교회에 가야 했다,  미국에서는 성탄절, 부활절 다음으로 어머니 날이 중요한 교회 행사일.  남편은 해마다 어머니 날과 아들 아이 생일에 교회 헌화를 한다.  남편이 무슨 꽃이 좋겠냐고 묻길래 난이 좋겠네요 했더니 강단에 난꽃 화분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오늘이 무슨 날이지요 하고 묻는 목사님에게 "Today is my mommy's birthday." 라고 우렁찬 소리로 발표해 버린 우리 아들 아이 덕분에 남편의 올겐 반주에 맞추어 교인들의 "Happy Birthday to you" 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오후에는 내가 다니는 한인 교회에 가서 기도를 했다.  "오늘은 어버이 주일, 사랑하는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시고 또 위로해 주소서."  케이가 집회에 참가해서 시위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서너 달 전 차사고로 고등학교에 다니던 손주를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보낸 우리 교회 권사님만을 위한 기도는 아니었다.  예배가 끝나고 나서  누나의 50세 생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면서 Las Vegas 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동생 내외와 식사를 했다.  저녁 때 집에 오니 San Jose 집회에 300 명의 교포들이 참석했다는 소식이 미시 USA 에 떠 있었다. 

당초 $58,000을 목표로 했던 NYT 광고 모금액은 4000 명이 넘는 아줌마들이 참가해서 $160,000을 넘었다고...... 미시 USA 는 나처럼 미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들과 애 엄마들이 모이는, 지극히 평범한 곳이다무엇이 이 아줌마들과 엄마들을 그토록 뿔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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