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이야기 /철미의 수필

자기 소개서

최철미 2014. 4. 20. 07:00

자기 소개서

이 지역에서 발행되는 교민 신문, 한국 일보, 여성의 창이라는 코너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한 주에 한 편씩 13번..... 신문사에서 4월 28일까지 사진과 자기 소개서를 보내달란다. 대학 졸업 후에, 취직하느라 이력서를 몇 통 써 본 이후로는 도통 자기 소개서를 써 본 기억이 없다.......

시인이셨던 아버지가 '밝고 아름답게 살라'는 뜻에서 지어주신 이름 '철미'. 삼십 년 전 돌아가신 그리운 아버지의 바램대로 늘 밝고 아름답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서울 출생이긴 하지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기전여중과 전주여고를 나온 전라도 전주라고 대답한다는.......  어렸을 때 장래 희망은, 글쟁이 내지는 영어 선생님...... 대학 입학 면접 때 "자네는 왜 영문과를 지망했나?" 하시던 학과장님께, "에밀리 디킨슨과 세익스피어를 공부하고 싶어서요." 하고 대답을 잘 한 덕분에, 커트라인이지만 당당하게 영어영문학과에 들어갔었는데, 정작 미국에 와보니, 내 딴에는 제법 잘 하는 줄만 알고 있었던 영어 실력이, 실은 엄청 딸려서, 하고 싶던 문학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사 반 세기 동안을 한 동네에서, 미국 세법 해석해서 세금 보고서 작성하는 일로 밥 먹고 사는, 공인회계사 아짐...... 감사하게도 교회랑 목회자, 장애우 가정 고객이 많아서 그 방면에는 조금 빠삭한 편..... 내년이면 미국에 이민 온 지 어언 30년. 

집하고 교회, 그리고 고전 음악 밖에는 모르는 털보 남편과,  곧 열 살이 되는 늦둥이 외동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예쁜, 고슴도치 엄마......  세상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남편 덕분에, 가는 곳이라고는 교회 밖에는 없는, 순전 방안 퉁수..... 


"엄마는 왜 맨날 일만 해?" 아들아이한테 벌써부터 찍혀버린 일 중독자. "엄마가 열심히 일해서 너 대학 보내야지." '고객' - client 이라는 낱말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아버린 아들 아이에게, 이렇게 옹색한 변명으로 얼버무리는, 아들 아이에게 늘 미안한 아들 바보...... 교회 일로 바쁜 남편에게 고작 밥 세 끼 차려주는 것으로 아내 노릇을 대신하는, 턱없이 부족한 돕는 배필...... 자타가 공인하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 -  특히, 짜지도 맵지도 않아서 국물까지도 삼삼하게 시원한 '춘수엄마표 포기 김치' 랑,  멸치 국물을 우려내서 감칠맛 나게 끓인 '우리 교회 사모님표 김치 찌게'.  취미는 독서와 시쓰기, 그리고 얼마 전부터 시작한 블로그하기.  못하는 것도 너무 많지만, 제일 못하는 것은 살림 - 쌀도 라면도 이웃들이 다 사다주고 반찬도 다 해다 줌.  전기 밥솥 덕에 겨우 밥만 할 줄 암.   

마음은 여전히 사춘기 소녀인데, 어느 새 다가온 갱년기에 오십견에...... 지천명의 나이에 점점 밤샘하기가 힘들어지지만, 영문과 밴드에 올린 나의 글을 보고 문학 소녀라며 격려해 주는 SNU 84 동기들과, 같이 동역하는 영이, 은미, 순희, 예진, 수민 자매와, 지영 사모의 응원으로,  또 우리 교회 식구들의 기도 덕분에 다시 글을 쓰게 하심을 감사하며,  또 18년 만에 다시 여성의 창에 글을 올리게 됨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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