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에 관한 방송 기사 모음

KA 아나운서실의 일기 - 1962년 11월 6일 - 동아 일보

최철미 2014. 5. 4. 11:14


중계탑 - 전파를 타고 알려진 아나운서들의 모습을 청취자이자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중계탑을 세워보았다.  각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공통의 광장이 될 이 중계탑은 청취자들이 보낸 팬레터에 대한 회답의 일부도 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


KA 아나운서실의 일기

최세훈 기

하나의 달콤한 추상명사로 느껴질 때, 그리고 화려한 가식 속에 숨은 냉혹한 진실이 느껴지기 전에, 단행했어야 할 결혼은 군축협상처럼 미루어온 임택근 방송관을 정점으로, 사변과 저변을 이루고 있는 아나운서실의 총각삼각동맹…이 가을에도 배신자는 없고 단결은 더욱 굳어져 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허물어질 이 마지노선이 왜 공략당하지 않을까?
저스트·매리드 의 색종이 펄럭이는 자동차의 행렬을, 창넘어로 사열하는 눈에, 정원의 늦은 장미는 아직도 붉다.
마지막꽃잎이 떨어지고, 흙에 묻혀 눈이 덮일 때쯤이면, 지나간1년…결혼에 대하여 하루는 낙원을 꿈꾸고 하루는 묘혈을 상상했던 365일을 체념하고 해묵은 연두사를 또다시 준비할 것이다.
“금년엔 결혼하겠습니다.…운운”



고려자기 만드는 비법을 전수하듯,「보고 듣고 배우라」는 식과, 개인교수가 연습테이프를 분석·평가하는, 앞선 나라의 과학적인 방법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여건을 넘어서서,「스포츠·캐스터」의 양성이라는 밀려온 과제는 이제 술술 풀려지고 있다.
좁은 문을 활짝 열어 놓은 고무적인 조치는 곧 발효하여 김주환 아나가 배구중계에「데뷔」했고 한경희·송한규 두 아나가 사각의 정글 밑 중계방송의 첫「라운드」를 밟을 준비에 바쁘다.
이 새「말의 화가」들의 그림이 잘 팔리기를 빈다.

(1962년 11월 6일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