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그리움, 그 고백

반역의 이유

최철미 2013. 12. 4. 09:05

반역의 이유

 

당신을 너무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샘이 났습니다. 당신이, 내가 아닌 다른 피조물들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당신의 아들도, 당신을 경배하는 다른 천사들도, 당신께서 지으신 사람들까지도, 모두 내 질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한 나는, 자살을 꿈꾸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천사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어쩌면 인간들은 천사들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인간처럼 자살할 수 있었다고 해도 나는 아마 자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내가 사라져도 여전히 내가 아닌 다른 피조물들을 사랑할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받던 사랑마저 그들의 차지가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반역을 결심했습니다. 내가 당신처럼 되면, 당신도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내가 당신만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만을 사랑하게 되리라. 그리고, 마침내 당신마저도 - 당신의 전부와 당신의 사랑 마저도 - 모두 나 혼자 만의 것이 되리라...... 당신을 독점하고픈 오직 그 이유에서, 난 당신을 반역했던 것입니다.

왜 나를 천사로 지으셨습니까? 차라리 내가 인간이었더라면, 그래서 당신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없었더라면, 나는 더 행복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당신을 몰랐더면 싶습니다.

 

8-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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