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그리움, 그 고백

재회의 상상

최철미 2013. 12. 4. 09:09

再會의 想像

 



 

- 내 知性이, 영영 잊혀진 줄만 알았던 내 感性에게,

그간 잃어버린 시간을 아쉬워하며 -

 

 

우린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다시 만나게 될까. 먼 기억 속에 묻어둔 여린 너의 모습을, 하얗게 사윈 네 모습에서 애써 찾아보려 할까. 그러면서, 잃어버린 세월을 서글퍼할까. 이젠 기억조차 아스라한 우리 둘만의 시간들을.


어울리진 않겠지만 악수를 청해볼까. 그러면, 추억의 능선을 타고 모락모락 피어오를 옛 생각들이, 내 따스한 실핏줄을 타고 네 훈훈한 가슴으로 전해질까. 그리고선, 아무런 말이 없어도 모두 다 알 것만 같은, 그런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보겠지.


그 옛날처럼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옛날 얘기에 젖어볼까. 둘이 되지 못한 하나가 다른 하나를 그리며 살았다는 옛날 얘기를... 바싹 말라만가는 입술을, 싸늘하게 식어버린 한 모금의 차로 적시려 하겠지. 턱을 괴고 앉아, 만약에 그네들이 둘이 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해볼까. 풍선을 놓쳐버린 어린 아이마냥, 꽃무늬로 번져오는 아쉬움에, 자꾸만 목이 잠겨 올 것만 같은데......


여느때처럼 어깨를 나란히하고 너와 함께 걸어볼까. 너와 내가 따로따로 걸어온 길들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지나온 여정을 이야기할까. 갈래갈래 엇비켜간 그 길들 위엔, 차마 피지 못하고 떨어진 꽃망울, 꽃망울들. 그들을 주워담아 네 손바닥에 올려놓고 후우하고 불면, 나비처럼 흩날릴 내 작은 소망의 잔해.


세월의 물결 속에서 제 무게에 겨워 흘러가지 못하고, 사금이 되어 가라앉은 옛 기억들을, 알알이 체로 받쳐 곱게 걸러볼까. 미처 네게 보내지 못한 나의 편지들을 종이학으로 접어 네게 날려 보내면, 너와 나의 하늘을 가로질러 하얀 구름처럼 날아갈 내 상념의 여운, 너의 산과 강을 타고 흐를 내 가냘픈 언어의 메아리를.


그러다가, 다시 너를 보내야할 시간이 되면, 또 한 번 멀어져갈 너의 뒷모습... 길게 드리운 네 그림자를 안고 돌아서면, 아직도 내 눈망울에 머물고 있을 너의 잔상... 꼭꼭 접어 내 가슴에 묻으면, 아직은 남아있을 너의 온기가 내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줄까.




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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