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장례식 날. 아침 일찍 서둘러 입관을 했다. 목사님이 관 뚜껑을 덮기 전에 아빠 얼굴을 보라고 했다. 난 오빠의 어깨 너머로 살며시 들여다보았다. 입술이 희미하게 벌어져 있었다. 주무실 때의 모습과 별 다른 점이 없었다. 단지, 얼굴 어딘가 조금 퇴색한 것 같이 보일 뿐이었다. 막내 고모는 소리 내어 울었다. 난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았다. 언니의 굳게 다문 입술이 너무도 단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아빠의 고향인 김제 죽산으로 향했다. 산 위의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아빠의 무덤은 이미 파헤쳐져 있었다. 관이, 아빠가 잠들어 있는 관이 구덩이 아래로 점차 내려갔다. 난 관 위에 흙을 조금 뿌렸다. 이제 다시는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구나. 며칠 동안 응어리진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아빠! 왜 죽었어. 왜 죽었어.) 예전엔 아빠와 그 산을 오르곤 했는데, 이젠 누가 날 이끌고 무덤을 손질할까. 어느새, 내 발길은 아빠가 저 곳이 할아버지가 지은 교회라고 가르쳐 주시던 곳이 와 닿았다. 그 곳은 가파른 절벽이었다. 난 가까스로 그 꼭대기에 섰다. (찬기, 넌 좋겠다. 우리 아빠도 만날 수 있고, 대신 이 말을 아빠한테 전해 줘. 아빠 사랑해요 그리고, 이 불효자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하고 말이야. 응? 알겠니?) 아빠를 뒤에 두고 난 장의사 버스에 올라탔다. (아빠 너무 걱정 마세요. 훌륭한 사람이 될 거에요. 아빠가 못 다하신 일. 우리가 다 이루겠어요. 아빠 마음 편히 가세요. 나중에 서로 만날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