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원고 모음

오늘도 명랑하게 - 4월의 어느날 - 라디오 방송 원고 (200자 원고지 15매)

최철미 2014. 7. 28. 10:14

오늘도 명랑하게

서울의 휴일은 50만의 부인을 과부로 만들고 백만의 어린이를 고아로 만든다는 극단적인 통계가 있습니다만... 설마...휴일을 가족끼리 오순도순 보내셨겠죠?
연휴는 지났습니다.
일터와 집안에는 새로운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는데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다가오죠?
“새롭게 새롭게 새롭게”
어느 제왕의 목욕탕에 새겨졌다는 좌우명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새로운 빛나는 아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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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화요일인데 오늘이 꼭 월요일만 같죠?
일정한 주기로 움직이던 생활의 리듬이 휴일에 가선 멈추게 되고 또 늘어져 버리면 발동이 잘 안걸리게 마련이죠.
그래서 휘발유 귀하던 때 목탄차처럼 무리하게 스타팅을 돌려놓으면 몸이 무겁다든가 소화기 장애....
제 친구네가 약국인데요. 월요일이나 휴일 다음날에 매상이 제일 많이 오른데요.
한 두어가지 처방이 있는데 잘 들을지 모르겠어요.
우선 노래를 열심히 들으셔야 효험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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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다음에 오는 이른바 월요병을 물리치는 처방으로 첫째 알렉산더 대왕의 최상의 요리를 권해드립니다. 정복자 알렉산더가 산해진미를 물리치면서 케리아의 여왕에게 공개한 요리법이 있죠.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맛있게, 그러나 조금 먹어 점심이 맛있도록 하고, 점심을 조금 먹어 저녁을 맛있게 먹는 것, 이것이 소년시절 나의 교사 레오나다스에게 배운 최상의 요리올시다.”
소화는 잘 되는데 머리가 무거우시다구요? 그런 분에게는 “마음의 샘터”....
“오늘을 붙들어라! 오늘이 일년중 최선의 날이다.” 에머슨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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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날씨는 여자와 사랑과 장미꽃처럼 잘 변하는 거래요.
그래선지 제가 아는 관상대 통보관 한분은 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대나요?
하지만 요즘은 인공위성 때문에 예보적중율이 꽤 높아졌죠?
(일기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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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의 숲에 가려 난장이가 돼버린 중부소방서 망루가 드디어 그저께부터 헐리더군요.
서울의 명물이었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어도 그야말로 발전적 해체죠.
우뚝우뚝 솟은 고층건물이 이루는 이른바 스카이 라인은 근대화의 상징이니까요.
위로의 전화를 걸면서 물어보니 싸이렌은 벌써 철거한지 오래드군요.
옛날엔 낮 12시에도 싸이렌이 울렸죠?
할아버진 그걸 아직도 오타라고 부르시지만...
그 할아버지 또래 한 분이 소방서에 가셔서 어쩌면 그렇게 시간을 맞춰 오타를 부느냐고 물었더니 소방서에선 길 건너 시계포의 표준시계에 맞춘다고 하더래요.
물론 농담이었겠죠?
그래서 이 할아버진 그 갈건너 시계포에 가서 당신네 표준시계는 어디에 맞추냐니깐 아 글쎄 요 앞의 소방서의 싸이렌에 맞춘다고 하더라나요?

KBS의 표준시계는 지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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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생 느티나무 한 그루가 내뿜는 산소는 얼마나 될까요?
하루 12사람에 필요한 공기를 느티나무 한 그루가 깨끗이 정화시켜 줍니다.
그런 나무는 얼마나 고마워요? 식목일에만 나무를 심는 건 아닐꺼에요.
그리고 물가가 오른다고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묘목 값만은 지난해 보다 10%가량 내렸어요. 유실수는 2년생 기준으로 일이백원이면 사구요. 꽃사과나무나 덩굴장미는 고작 이삼백원. 담배 한갑값이에요.
어떠세요?
오늘이라도 아니면 내일이라도... 빈터의 보드라운 흙은 새색시가 신랑 맞이하듯 묘목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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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독일에는 요즘 감자 파동이 일어났다는 군요. 독일요리라면 의례 감자를 빼놀 수 없는데 값이 작년보다 3배로 뛰고 품귀현상까지 빚어 보석함에 감자를 모셔놓은 만화가 신문에 날 정도래요.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던 2차대전중 레지스탕스 혐의로 붙들린 불란서 농부 한사람이 옥중에서 부인의 편지를 받았는데 일손이 없어 밭갈이를 못한다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농부 곧 답장을 썼는데 “ 그밭은 갈지 않는 게 좋겠소. 거기엔 총알과 수류탄이 묻혀있소”
편지를 검사하던 게슈타포 비밀경찰이 각각 트럭 2대에 병력을 가득 싣고 농장으로 처들어가 밭을 구석구석 파헤쳤습니다. 부인은 이 사건을 또 감옥의 농부에게 알렸습니다. 농부는 다시 답장을 썼는데 아주 짤막했습니다.
“그럼 됐소. 곧 감자를 심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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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