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원고 모음

오늘도 명랑하게 - 식목일 라디오 방송 원고 (200자 원고지 16매)

최철미 2014. 7. 28. 10:11

오늘도 명랑하게

일요일과 어깨를 나란히, 달력 위에 빠알갛게 그려진 아라비아 숫자 5... 엽록이 더욱 푸르러 보이는 느긋한 연휴의 4월 5일, 식목일이자 청명이자 한식날의 아침입니다.

(잠깐 시 음조로)
“철은 봄
때는 아침
아침은 일곱시...“ (어조를 바꿔)... 는 ... 로버트.부라우닝의 시고요.
지금 시각은 8시
나무 심고, 봄의 경영을 시작하고, 조상께 경배하는 날, 싱그러운 아침이 이미 활짝 열려 있어요.

M
황하의 물이 1년중 가장 맑다는 기상특리일 청명을 골라 산과 들에 나무를 심어온지 30년, 올 식목일은 조국 대한을 푸르게 가꾸겠다는 청년봉사단을 선발로 재일동포 한식성묘단이 모국에 돌아와 아주 뜻깊게 됐어요.
“망향의 동산”에 오늘 60만 재일동포의 새마음과 함께 그루그루 나무를 심는 성묘단의 푸른 뜻은 곧 나라사랑으로 꽃피고 열매 맺어, 민들레처럼 풍매작용으로 바다건너 또는 휴전선 너머 번져 가리라 믿어요.
뿌리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으로 돌고 도는 수액이 한 곬인 것처럼, 같은 겨레 같은 피 같은 말씨를 새삼 확인하고, 닫혀지고 가려졌던 귀를 열고 눈을 떠 듣고 보는 어머니 나라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의 참 모습... 이들의 뜨겁고 벅한 감동과 경이를 살뜰히 보살피고 따뜻하게 감싸 재일동포 한식성묘단과 사랑의 꽃피는 나무를 가꾸지 않겠어요?
모국의 4월 속에 힘껏 가슴을 편 재일동포의 행렬은 한식 뿐만 아니라 단오에도 유두에도 칠석에도 이어져야 하리라 믿습니다.

M
제비 온 걸 보셨어요?
지난 삼짇날은 꽃샘추위여서 어미 놈이 추려 들었는진 모르지만 재일동포 모국방문을 전후에서 제비 선발대는 이미 왔을 거예요. 근데, 제비가 저공비행을 하면 반드시 날씨가 궂는데요. 저기압이 몰려 오면 땅속의 벌레들이 기어 나오는데 그 벌레를 정찰하느라 아주 낮게 날은다나요?
오늘 날씨 같은면 ... (이하 adlib) (일기예보----)

M  
(또박또박) “뻐구기 둥지 위로 날아가다” 이 희한한 이름의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상의 다섯 부분을 휩쓸고, 기쁨에 넘친 주연배우가 영화에서처럼 하이힐에 술을 부어 마시는 얼빠진 전송사진을 봤는데요.
그 술맛이 어땠을까요?....
요즈음은 남성들도 굽을 높이니까. 하이힐이 저희들의 전유물만은 아닌데 글쎄 어떤 분이 점잖게 그러잖아요?
“현대의 불안을 저는 여성의 하이힐에서 느낍니다.”....
저녁 먹고 나서 그 얘길 부모님께 드렸더니 어머님은
“참 그 사람 그 영화 봤으면 말세를 느낀다고 했겠다. 여보, 그 여배우가 진 아더지? 왜 그 하이힐 벗어 천정에 휙 내동댕이치는 영화 있었잖우?... 가만있자 그게... 음...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아버지는
“저 주책!” 이라고는 차마 못하시고, 흘낏 멈춘 눈길을 다시 석간에 돌리시더군요.
왜 그리 신변잡화가 장황하냐구요? 저 퀴즈 하나 낼려고 그래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그런데 식물의 성장의 역사는 언제 이루어질까? 그러니까 이게 퀴즈예요.
나무는 낮과 밤 어느 때에 더 자랄까요?
힌트 드리죠. (천천히)
첫째, 낮에 더 자란다.
들째, 낮과 밤 똑같이 자란다.
셋째, 밤에 더 자란다.
아시겠어요?
맞추시는 분에게는 무슨 상 주겠느냐구요? 그건 아빠 엄마끼리 의논하시면 되잖아요. 오늘, 나무 심은 다음 교외선 태워주기... 라든가 성묘하고 돌아오는 길의 아이스크림 같은 거... 정답은요, 정답은... 노래하나 듣구요.
M
나무는 낮과 밤 어느때 더 자랄까요? 이 퀴즈의 정답은 세 번째 힌트, 밤에 더 자란다입니다.
왜냐믄요? 낮의 햇빛은 탄소동화작용으로 양분을 만드는데 더 필요하고, 성장은 빛이 적을 때 잘 된다는 원리예요. 감자 순이 컴컴한데서 더 잘 자라는 걸 보면 아시잖아요.
참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교외선이나 아이스크림, 생각해 보니까 별로 생산적인 착안 같진 않네요.
절약하셔야죠! 한 푼 두 푼 아껴서 저축하셔야 집안도 튼튼 나라도 튼튼해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참 오늘 성묫길이 붐비지나 않을지... 알아보죠.
(증차노선안내)
M
숲이 우거진 님프 에코라는 아름답고 명랑한 여신이 있었습니다. 어느날 이 동산에 미소년 나르시스가 사냥을 나왔습니다. 나르시스를 보자 첫눈에 사랑에 빠진 에코는 홀로 가슴을 두그거렸으나 자기도취에 빠진 미소년은 눈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여신은 슬픔을 가눌 수 없어 님프의 숲속 깊이 자취를 감추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신이 남기고 간 아름다운 목소리만은 언제까지나 산마다 골짜기마다 울려 퍼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에코, 즉 메아리입니다.
(멜로디를 부쳐 흥얼거리며)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 는 동요가 있죠?
산마다 골짜기마다 웅장한 교향곡처럼 메아리가 넘치는 푸른 강산.
기름진 땅 번영의 나라를 이룩하기위해 오늘 한 그루의 나무라도 정성껏 심고 가꿉시다.

메아리를 잘 살게 하면 정말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가 잘 살게 될까?
이 문제의 해답이 얼마전에 보도되었었죠.
우리나라에서 소득세를 제일 많이 낸 분은 원목수입재벌이었습니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