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소망의 노래

최철미 2013. 12. 4. 09:57

 

찾지 않아도 내 앞에 다가와 열림. 마치 예전부터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 앞에 놓임. 조금은 떨리는 가슴으로 첫발을 떼어놓음. 과연 이 길을 끝까지 잘 갈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과, 이 길이 다하는 곳에 과연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겹쳐옴.

이 길을 가는 동안 누구를 만나게 될까, 무엇을 하게 될까 싶은 궁금증과 함께.

 

내게 주신 이 길은 발걸음을 떼어놓을 때마다 뽀얀 먼지가 이는, 비포장 도로임. 군데군데 삐죽삐죽한 돌부리들이 보임. 조금만 걸어도 금세 발이 아파옴. 어쩌다 한 번씩은 그냥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음.

 

그래도 내가 길지 않은 나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군데군데 심어놓은 나무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 그늘에서 쉬어갈 수 있기 때문. 푸른 하늘빛으로 눈을 씻으면 멀리 있는 목적지까지도 바라볼 수 있기 때문. 목이 마르다 싶으면 어느새 아시고 은혜의 빗방울로 적셔주시기 때문. 걷는다, 걸어야지, 걸어가야지.



10-18-96

'딸, 철미의 시모음 > 소망의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려나무의 노래  (0) 2013.12.04
막달라 마리아의 노래  (0) 2013.12.04
당신께서 아니 계시면  (0) 2013.12.04
당신의 나라  (0) 2013.12.04
여기에 그가 계시네  (0) 2013.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