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책, 증언대의 앵무새 102

갓쓴 투엔티·켓숀 [갈채의 뒤안길]

□ 갓쓴 투엔티·켓숀 1943년 미국에서 창안된「인포메이션·플리즈」가 점령군과 함께 패전 일본에 상륙하자 명치유신 이래의 번안의 명수 일본 사람들은 이를 재빨리「이야기의 샘」으로 바꿔 1946년 12월 3일에 ON AIR. 퀴즈라는 낱말이 여기서 처음 쓰여 졌다. 이 패늘·퀴즈가 우리나라..

출분한 마이크로폰 [갈채의 뒤안길]

□ 출분한 마이크로폰 천국에서 인세를 수입하는 전혜린, 그 내연 기관 같은 여인이 무대로 걸어 나왔다. 『네! 숙녀 한 분이 올라오십니다.… 인간적인 인간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간의 걸음걸이라 찬양되는 독일의 대문호, 그의 최후의 한마디는 무엇입니까?…이것이 이번 문제의 첫째 ..

위험한 트러피츠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위험한 트러피츠 하늘로 나는 전파에는 교정의 지우개가 듣지 않는다. 개나리 진달래를 『개다리 진달래』로 봄의 서정시를 구탕에 말아버린다든지, 숲의 생리를 『술의 생리』로 빚어 내놓는다든지, …반·존슨을 전차의 앞뒤를 돌려놓듯「존·반슨」으로 오발한 다음 리트마스시..

시간은 거북 사람은 토끼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시간은 거북 사람은 토끼 꿈과의 굿바이·키스가 길어져 소방수보다 급했던 기록은 아나운서 누구나 갖고 있다. 공인된 건이 아직 45분일 뿐, 시간은 거북, 토끼들은 늘 지쳐 있었다. 45 분의 공인된 지각기록을 이용훈 아나운서가 경신하려 했다. 수복 후 선발대로 서울에 올라와 미군..

사슴의 뒷다리 보려다 동천홍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사슴의 뒷다리 보려다 동천홍 「사랑은 달고 사랑은 쓰다」는데 아나운서 누구에게나 꿈은 달고 깸은 쓰다. 10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VUNC를 중계하고 녹음된 30분짜리 대북방송으로 하루의 방송을 끝내던 시절, 반공사상이 누구보다 투철한 황우겸 아나운서의 귀에 전파전의 음향은 ..

손가락질 하는 사나이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손가락질 하는 사나이 경음악을 소개하던 서명석 아나운서는 리듬에 맞춰서 슬로우 퀵 퀵…… 레코드가 바뀌면서 창밖에 선 사나이는 손가락 신호를 보냈다. 다음 곡목이 뭐더라? 음악전표를 손에든 서명석 아나운서는 너무 핑핑 돌아서 망연자실, 진행원의 손가락질은 자꾸 빨라졌..

수위 97미터의 근시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수위 97미터의 근시 여름 장마에 강물은 범람해도 인도교 위로 넘치지 않는 것이 아직은 「한강변의 기적」, 위험수위를 발표하는 것은 예나 이제나 보도기관의 연례행사다. 지금이야 임시취재본부까지 설치되지만 통신에 의존했던 그 옛날, 다섯 시 뉴스를 거의 끝내려는 조봉순 아..

즉석 매화틀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즉석 매화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음악이나 들으세요.』한 것은 미군 배가본드 방송국의 자유분방한 디스크·자키였지만 LP시대니까 가능했던 일. 레코드 한 면이 2,3분밖에 되지 않던 SP시대에 정말 화장이 하고 싶어진 아나운서 한 분은 곡목 소개를 마치자마자 아래층 「신사용..

중대뉴스 입전중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중대뉴스 입전중 정리벽이 심한 한 남자 아나운서는 탁자 위를 입으로 혹혹 불고 갱지로 뭉치를 짚단 추리듯 간추려 놓아야 뉴스가 제대로 되었다. 도넛을 먹다말고 스튜디오로 들어간 어느 날, 그 예비운동을 하고 있는데 뉴스 원고는 미끄러운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 폴랜드의 망..

내선일체 기상통보 [막(幕)뒤의 삐에로 (상) ]

□ 내선일체 기상통보 문화훈장 국민장을 이혜구박사가 받던 날, 서울의 하늘은 갰다 흐렸다 하며 소나기를 뿌렸다. 3분의 1세기 전 그가 아나운서로부터 퇴각을 결의한 날의 기상도 그랬을까? 성대 영문 학부를 나와 JDOK의 좁은 문에 들자 이 씨 문중에서는 회의를 소집하고 반대표를 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