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책, 증언대의 앵무새 102

하나도 아니고 하나 둘 셋 [말의 화가]

□ 하나도 아니고 하나 둘 셋 손기정씨 댁 벽에 장식된 월계관의 엽록이 양피지 빛깔로 바랜 1947년 제51회 보스턴·마라톤에서 서윤복 선수는 마라톤 왕국을 재건했다. VOA의 이계원 씨는 결승점의 영광을 미국의 소리를 통해 전 국민과 함께 누렸고, 다음해의 54회 캄피티션에서 함기용 송..

퇴화하지 않는 발자욱 [고유명사의 입술]

□ 퇴화하지 않는 발자욱 임방울이 지금은 불타 없어진 원각사에서 독창회를 열었을 때 그의 판소리는 전국에 메아리졌다. 이미 노경에 들었으나 완벽한 기교 난숙한 역량은 해지기전 한 시간처럼 반짝 빛났다. 그의 폐활량은 후진들의 족탈불급, 아나운서에게도 부러운 것이었다. 휴게..

오늘도 명랑하게 [고유명사의 입술]

□ 오늘도 명랑하게 등사판으로 밀어낸 필경체가 눈에 익은 성우들에게 수동식 복사기로 찍어내는 순 한글 타이프 글씨는 돋보기를 써야 할 만큼 아른거렸다. 상용한자를 제대로 익힌 타이피스트도 드물었고 프린트 잉크는 극본의 대량생산 탓인지 늘 빛이 바래 있었다. 『심화봉의 첩..

골든 아워의 실버맨 [고유명사의 입술]

□ 골든아워의 실버맨 「방송만화」에 출연했던 김승호 씨도 어느 날 아나운서실에서「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아닌 수행원의 빗질로 머리를 가다듬고 있었다.「할리우드」의 스타와 한국의 김승호를 견주었어야 할 텐데 인권옹호주간의 표어를 연상한 것은 아나운서의 편협이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