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내 살아갈 동안

몽당 연필의 노래

최철미 2013. 12. 6. 19:36


몽당 연필의 노래


그 많은 사연들을 적어내느라

그 크던 키가 이렇게 작아졌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내 작은 가슴이 다 닳도록 써 내려간 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이 원고지를 채워나갈 때 뿌듯하던 심정을.


나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언어를 찾아 헤메다 하얗게 새운 많은 밤들과

그렇게 힘들여 찾아온 한 언어가 고운 시 하나로 살아올 때의 숨가쁜 감격을.


나는 밤이 오면

올망졸망한 동무들이 함께 모여 사는 책상 서랍 속에서 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내일 하루도 기쁘게 살게 해 주세요.


내게 욕심이 있다면,

내가 쓴 이야기들을 읽는 사람들과 감사와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9-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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