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내 살아갈 동안

물고기의 노래

최철미 2013. 12. 8. 08:58


물고기의 노래

(행동 반경 5 마일)



바쁘면 매일 가는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딱 3 마일

일 주일에 두 번씩 나가는 학교 까진 집에서 딱 2 마일

사무실에서 학교까지도 딱 2 마일





일요일마다 주일 예배 드리러 가는 교회랑

토요일마다 봉사하러 가는 한글학교는 4.5 마일

금요일마다 찬양예배 가는 교회는 1.5 마일





일주일에 한 번씩 들리는 수퍼마켓은 걸어가도 되는 1 마일

비로 옆에 있는 동네 도서관은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만 문을 열지

수퍼마켓 다음으로 자주 가는 문구점은 3.5 마일

일주일에 한두 번 들리게 되는 시내 도서관은 4 마일

이번 주엔 가서 릴케의 시집을 빌려와야지





일년에 두서너 번 가는 미장원은 1.5 마일

일년에 한두 번 가는 병원은 4 마일

육 개월마다 가는 치과는 5 마일





한 달에 한 두 번쯤 가는 세미나는 전철로 30 마일 쯤 될까

그래도 전철역까지는 북쪽 역까지는 2 마일, 남쪽 역까지는 3.5 마일





12년 된 4 기통 중고차가 6만 마일도 채 되지 않은 걸 보면

나는 행동 반경이 5 마일도 안 되는 조그만 물고기

내 사는 호수가 작아도 전혀 답답하지 않은

작아서 더 정겹고 속속들이 친할 수 있으니

더욱 감사한 한 마리의 물고기





9-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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