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이를 먹으면, 모든 게 이해가 될 거야.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모든 걸 감싸 안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 하면서, 마치 남의 일인 양 가볍게 흘러보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난 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지.
이제는 다 잊어버렸다고, 다 지나갔으니까 괜찮다고,
다 툭툭 털어 버리고, 허허 웃고 살자고, 그래서 더 너털웃음을 웃는 지도 몰라.
애써 묻어 두었던 지난날의 아픔이, 칼날처럼 일어나 살아오는 날.
어린 날의 아픈 기억들, 그 파편이, 깨어진 유리 조각처럼 튀어와서, 심장에 꽂히는 날.
여전히 시퍼런 내 슬픔의 빛깔.
세월이 지나도 녹이 슬거나 빛이 바래지 않는.
11-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