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철미의 시모음 /그 이전의 고독

벌거숭이 임금님

최철미 2014. 8. 11. 04:32

벌거숭이 임금님


하늘과 땅이 갈리던
태초에
나는 벌거숭이었다

그러나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가식과 허위로 수를 놓은 옷감을 두르고
허영으로 장식한 관을 쓰고 살아야 함을

언젠가는 다시 벌거숭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살아야 함을

아무도 꽃들에게 옷을 입히려 들지 않는다
그들이 질식하여 시드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도 새들에게 관을 씌우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비틀거리며 날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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