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상술에 춤추는 꼭두각시

최철미 2014. 2. 2. 11:08

상술에 춤추는 꼭두각시

유행은 그것이 형이상의 것이든 형이하의 것이든 고유의 풍토와 습속에 조화되지 않을 때 속악의 대명사가 된다.

몽고족 특유의 단소한 다리들을 미니스커트 아래 노출시키는 유행 속에서 우리들은 젓가락 같은 발육부전이나 무우와 같은 이상발달을 너무나 쉽게 그리고 너무나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

심미의 대상이기에는 그로테스크하고 또 자학 같은 것을 불러일으키던 미니의 주기가 맥시에게 위협을 받는듯하더니 이번에는 거리에 헐레바지가 물결치고 있다.

유행은 늘 자본주의와 악수하고 있다던가?

대퇴부로부터 발목까지에 바람을 집어놓고, 움직이는 기구처럼 둥실거리고 다니는걸 보면 날개 없어 날지 못하는 무익조의 비애 같은 것을 나는 느끼며, 찬바람에 펄럭이는 가랑이에서 패잔병의 깃발 같은 것을 나는 본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눈부신 상술과 그 상술 뒤에 도사린 자본주의와 유행의 야합을 이브의 후예들은 선악과처럼 거절하지 못한다.

파리 원산의 이 헐레바지는 M+W시대의 표상으로 유럽에서는 남녀가 공용인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만 남성화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인지?..... 아직은 빵딸롱을 입은 남성이 흔하지 않으니 조금은 안심이다.

나팔바지의 원조는 수병복이 아닐까?

원래 바지통이 넓으면 소제할 때 편리하고 물에 뛰어들 때 벗기 좋도록 실용적인 이유에서 고안된 것이 멋으로 화한 것이라는데 어떤 나라에서는 해군에게 착용을 금지하자 스트라이크를 일으켰다는 역사가 있다.

법률은 남자가 만들고 풍속은 여자가 만든다지만 입는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빵딸롱을 애용하는 여성들을 위해 전국 청소경진대회와 다이빙 경기대회나 열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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