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나의 자화상

최철미 2014. 2. 2. 11:55


나의 자화상

-금보다 더 비싼 머리털 값-

 

 

쥴리어스·시이저라면 월계나무 또아리나 얹고 있지…아직 불혹도 아니데 앞이마의 표면적은 서울 길처럼 넓어진다. 이 개간 작업 때문에 머리털 한 오리가 금값으로 폭등. 행동보다 사고가 앞서는 탓인지 홀로 전위적인 주름살, 이마, 타이어 자국처럼 날로 선명해진다. 아 젊음이여.

눈썹이야 기러기 날개, 눈은 틀림없는 몽고안, 요놈이 칼처럼 날이 서서 좋은 세평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차가운 두 눈을 멀찌감치 잘라 놓은 코─앵그로·색손처럼 높지도 않고 알타이산맥 같이 평원 위에 솟아난 한 줌의 육괴. 그 산소통 밑에서 수입품 같은 입술이 균형을 깨뜨린다. 크고 길고 넓고 두터운 그 문으로 잘 먹고 잘 얘기하고 사랑 또한 잘 해야 할 텐데 소식 눌변 불감증이니 벌써 중고품인가? 열정과 입술 두께는 정비례한다는데 아직은 휴화산.


< 여원 1967년 12월 호 >



'아나운서, 최세훈 > 아버지의 수필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letter from 곰선생 to 제비양(고은정)  (0) 2014.02.02
그때나 지금이나  (0) 2014.02.02
사월의 사일간  (0) 2014.02.02
도마도와 쌀  (0) 2014.02.02
클레오파트라의 목청  (0) 201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