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A letter from 곰선생 to 제비양(고은정)

최철미 2014. 2. 2. 12:02


곰선생
(곰 선생과 제비양의 대화의 광장을 마련합니다. 우리들 생활주변에 이 얘기 저 얘기로 무엇인가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입니다.)


제비양!

전깃줄에 음표처럼 늘어 앉아 구체 음악을 연주하는 당신네 동족에겐 얼마나 위대한 여름입니까?

복사열에 헉헉대며 북극을 그리는 저는 차라리 철새이고 싶습니다.

제비양!

저는「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그러나 여자는 어른과 어린애의 중간 동물이라는「쇼펜하우어」를 믿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개발된 당신들의 머리……인데도 아직 미개지가 많습니다,

당신들이 그토록 아끼는「헤어스타일」만큼 그 두뇌도 발전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제비양!

우선 우리들의 일상에 눈을 돌려 봅시다.

당신네의 귀소성을 닮으라고 아침마다 내리시는 훈령―『일찍 들어오세요!』그것이 의무이기전에 기쁨이어야 할 이유를 마련하고 기다리십니까?

남자는 인력에 약한 동물인데도 당신들은 자석의 원리를 모르고「크레인」처럼 끌어 올릴려고만 합니다.

누구나 행운이 열릴 줄 알고 당신들을 꺾습니다. 그러나 재앙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 같은 가정……그것을 잊으려고 술을 햝으며 현대의 놀부들은 거리를 헤매는 것입니다.

제비양!

여자를 사육한다고 믿는 남자들은 오히려 가정이라는 우리에 사육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휴일이 되면 당신들은 갑자기「칼·붓세」의 제자나 된 것처럼 지향성을 발휘합니다.

『저 산 너머…』가 아니라 울타리 너머에만 즐거움이 있는 듯 당신들은 공원과「레스토랑」을 동경합니다.

제7일의 조물주같이 안식하고 싶었던 남자는 선거 때의 유세 청충처럼 끌려갑니다.

당신들을 향해 결코『밉게 생겼다』고 한 적이 없는 거울 앞에서 머리털을 다듬고 도료를 찍어 바를 때 남자는 하품과 함께 모반당한 제왕의 슬픔 같은 것을 깨뭅니다.

옥외의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당신들은 화장을 하는 것이니까?

당신들이 매력을 발산해야 할 대상은 절대적으로 단수임을 신앙하고 있는 남자는 배반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제비양!

길에 나서면 당신들은 유행을 추종하는 시녀로 타락합니다.

거리의「패션」과「쇼·윈도우」는 일찍이 당신네의 시조에게 선악과를 유혹했던 뱀의 혓바닥 보다 더 강렬하게 당신들을 현혹합니다.

전체 속의 한 분자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당신 보다는, 완전한 한 개체이기를 바라는 남자의 소망은 그러므로 부도가 납니다.

당신들은「참여」와「뇌동」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제비양!

남자들은 때때로「베르테르」가 부럽습니다.

「롯테」와 결혼해서 가정을 가졌던들 그도 우리처럼 공허와 실망과 좌절을 메꾸느라 대폿집을 헤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리랑 7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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