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최세훈/아버지의 수필 모음

연애편지

최철미 2014. 2. 8. 09:57

연애편지

「나비」라 제하여 『이것은 꽃 번지를 찾아드는 둘로 접은 러브레터』라고 읊었던 시인은 누구던가?

충매화들은 바야흐로 경염을 준비하고 있다.

엽록 밑에 누우면 생각나는 베르테르의 편지…. 가장 오래 남을 이 서간체의 프롤로오그에 나오는 샘터, 그 샘터에 비쳤던 하늘은 청증하기만 하다.

때로 흰 구름이 상형문자 같은 사연을 지웠다 쓰고 썼다 지우곤 하지만… 문자가 없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전했을까?

사자봉과 결승이 통신수단 이었던 문화의 시원쯤엔 몇 개의 어떤 모양의 막대기를 들려 보내고 노끈은 또 어떤 형상으로 매듭지었을까? 파피루스 발명 이후, 타이프라이터의 오늘까지 연문의 역사는 그 쓰여진 종이의 체적보다 많고 또 길 것이다. 그리고 문학의 발생과정이나 그 발전에 영향한 관계 같은 것도 간과되지는 못할 것이다.

디즈레일리가 받은 몇 백통의 편지처럼 옛날의 연문은 양에 치중하고 끊임없이 호소한다는 계속성에 특징이 있으나 요즈음은 그 질의 특이성에 비중을 두어 흥미 있다.

밥보다 연애를 좋아하는 프랑스의 레크뤼르라는 호남이 마담·드·뷔라토레를 공략하기 위해 서사를 채용한 후, 두 달 동안「즈템」을 연발해서 그것을 받아쓰게 한 즉, 몇 천 만자에 달했다는 기담은 연문사에 에폭 라인을 그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한 젊은 병사는 애인에게 역사상 가장 긴 편지를 보냈다는 진문도 있다. 길이가 1백20피트, 그러니까 약 36미터 60센티에 이른다. 이 병사는 애인이 편지가 너무 짧다고 불평했기 때문에 한번 길게 쓴 것이라나.

그런데 잣수나 길이에서 기와 이를 구하기에는 너무나 스피디한 세상이 되어서 요즈음은 그 방법도 마이크로화 하고 있다.

문면에 초점을 두지 않고 우표의 첨부위치로 의사를 표시하는 극히 간소화된 암시법이다.


바른쪽 위에 거꾸로, 사랑하는 그대여.
바른쪽 아래 모로, 답장을 기다립니다.
왼쪽 밑 한구석에 앞을 마주대서, 아아 보고 싶어.
왼쪽 위에 두 장을 나란히, 언제까지나 정다운 우리.
왼쪽 위 아래 한 장씩 마음이 변하지나 않았을까.
왼쪽 위에 거꾸로, 절교.
왼쪽 아래 모로 거꾸로, 나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느 풍류장이가 지어낸 암시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끝맺지 못한 졸고를 보내는 편집자에의 편지에 나도 한번 우표를 왼쪽 아래 모로 거꾸로 붙이고 싶다.

 

                                                                                                                                     (19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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